[사설]‘대선 출사표’ 낸 박원순, 차라리 서울시장직 내놓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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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누가 들어도 대통령 선거 출사표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1980년 5월 광주가 2016년 5월의 광주에게’라는 주제의 전남대 특강에서 그는 “민주, 인권, 평화, 대동의 5·18 정신은 새로운 시대와 만나 함께 호흡하고, 새로운 가치로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꿔낼 것”이라며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천하가 고통과 절망 속에 잠겨 있어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며 4·13총선은 ‘혁명’이고, ‘민생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자유다. 총선 과정에서 안철수, 문재인 등 야권의 대선 후보 경쟁자에 비해 존재감이 약해진 나머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에 광주로 달려가 대권 행보를 시작할 만큼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회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 5년 넘게 한 사람이 없다. 12월이면 최장수가 된다”고 했을 뿐 명확히 답하지 않은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 더구나 서울시 예산으로 광주까지 가서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에 쓴다면 용납될 수 없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자리에 있는 한, 서울시민의 혈세는 물론이고 시장의 시간과 에너지도 서울시에 써야 옳다.

그렇지 않아도 박 시장은 서울시를 ‘대선 캠프’로 사용(私用)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존 행정조직 외에 희망경제위원회 등 59개의 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주로 진보좌파 성향이거나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로 채웠다. 홍보 기능도 50여 명의 대변인 조직과 별도로 140여 명이 일하는 소통기획관실을 따로 두는 등 대통령급 홍보를 해왔다. 사회적 협동조합과 마을공동체의 육성, 근로자이사제 도입도 우호세력과 지지 기반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박 시장이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서울시장 직부터 내려놓기 바란다. 그런 다음 세금 아닌 자기 돈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당당한 처신이다.
#박원순#서울시장#선거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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