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發 2차 물갈이 시동… 첫 대상은 ‘호남 운동권’ 강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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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1차 컷오프 이후]

강기정 ‘눈물’



25일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사실을 알고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연설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강기정 ‘눈물’ 25일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사실을 알고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연설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 ‘현역 물갈이’가 거침이 없다. 전날 ‘하위 20% 컷오프(탈락)’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25일 광주 북갑 강기정 의원이 사실상 공천 배제됐다. 1차 컷오프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의 작품이라면 이제부터의 2차, 3차 컷오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한다.

○ 2, 3차 물갈이 타깃은 호남·운동권

광주를 방문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낡은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겠다”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존중하지만, 이를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거 세력은 단호하게 끊어 내겠다”고 했다. 이어 “능력 있고 새로운 인물들을 과감하게 등용해 수권 능력을 갖춘 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대대적인 호남 물갈이를 예고했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오후에 드러났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 의원의 광주 북갑과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의 광주 서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해 줄 것을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운동권 출신의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강 의원(3선)은 경선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강 의원은 자신의 거취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당은 시스템 공천으로만 총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는 짤막한 보도자료만 냈다. 그는 이날 예정된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면서 과거 기억을 떠올리다 억울한 듯 결국 눈물을 보였다.

정 단장은 “북갑은 (강 의원의 경쟁력이) 굉장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략공천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데이터를 본 적이 없다. 우리에게 순순히 말을 들으라는 얘기냐”며 불쾌해했다. 이날 광주 전략공천 지역 공개는 김 대표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1차 컷오프에서 친노 중진들이 대거 탈락한 데 이어 강 의원마저 ‘탈락’ 위기에 몰리자 당내에서는 “다음 타깃은 호남과 86그룹(1960년대 출생 1980년대 학번 운동권)”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1차 컷오프에는 호남 의원 16명 중 1명만 포함됐다.

의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중진, 초·재선을 대상으로 하는 2차, 3차 컷오프와 별개로 강 의원의 경우처럼 전격적인 전략공천 지역 발표를 통해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선거대책위원은 “김 대표의 직계로 꼽히는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이 거의 모든 지역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며 “정무적 판단을 거쳐 추가 컷오프 대상자와 전략공천 지역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 더민주당 ‘컷오프’ 탈당 의원도 공개하나

이날 더민주당은 1차 컷오프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발로 하루 종일 요동쳤다. 대구 북을에 출마한 비례대표 홍의락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대구를 버렸다”며 탈당했다. 그는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오후에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급히 상경해 “홍 의원 공천 배제는 곧 대구 배제나 다름없다”며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제 요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저 또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탈당까지 시사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컷오프 취소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다른 컷오프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정희 의원(전북 익산을)은 “영입 인사에 대한 전략공천의 희생물로 공천에서 배제됐다”며 이의 신청을 했다. 신계륜 김현 의원도 이의 신청을 검토 중이다. 반발이 이어지자 김 대표 주변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불모지인 대구에서 고생하는 홍 의원을 누가 날리고 싶겠느냐”며 “시스템 공천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정무적 판단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으니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은 1차 컷오프 대상 중 탈당 등을 이유로 아직 공개하지 않은 12명의 명단 공개를 검토 중이다. 김 대표가 이런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다른 정당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선거#공천#컷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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