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국책은행 ‘흔들’…“신용경색 우려”

입력 2016.05.02 (21:08) 수정 2016.05.0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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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헬리콥터 벤'

미국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에게 붙은 별명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침체기엔 헬기에서 뿌리듯 돈을 대량 공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반면 우리 정부가 말하는 한국판 양적 완화는 '수혈'과 같은 응급조치에 가깝습니다.

조선과 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병이 깊어진 국책은행에 돈을 공급하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위기라는 게 정부 입장인데요.

먼저 그 실태를 김지선 기자가 전합니다.

▼ 가장 두려운 건 ‘신용경색’…해법은? ▼

<리포트>

지난해 5조 원대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 회사에 13조 원을 빌려줬습니다.

STX, 성동조선해양 등 조선, 해운업계 전체에 빌려준 돈은 21조 원이 넘습니다.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운 돈입니다.

결국 은행이 갖고 있는 자본보다 부채가 많게는 8배가 넘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인터뷰> 이한득(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이 반영되기 때문에 자기자본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국책은행 대출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실화 정도가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책은행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다른 기업에 대출한 돈을 거둬들이면 상대적으로 견딜만 하던 기업도 순식간에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과거의 구조조정 경험을 돌아볼때 가장 두려운 건 신용경색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 규모는 30조 원.

지난 2000년 이후 15년만에 최대규모입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때인 2008년보다 두 배나 많은 수준입니다.

국책은행 부실에 선제적으로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 한국판 양적완화는? ▼

<기자 멘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들어갈 막대한 구조조정 재원.

이 부담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가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의 핵심입니다.

정부의 금고, 국고를 한 번 볼까요?

지난해 쓰고 남은 돈 2조 5천억 원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추경을 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 시간을 다투는 구조조정 대책으로 마땅치 않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한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한은의 돈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그럼 국책은행이 자본이 넉넉해져 걱정 없이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말처럼 이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은의 돈, 출처 때문인데요.

국책은행 주식을 사려면 한은은 돈을 찍어내는 이른바 '발권력'을 동원해야합니다.

한은이 부정적인 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중앙은행이 특정 산업에 대출을 해주는 건 특혜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는게 한은 판단입니다.

한은은 그래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단 입장인데요.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지 한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신속합의가 관건…유일호-이주열 결판 짓나?▼

<리포트>

지난 2008년부터 대우조선의 재무최고 책임자는 산은의 부행장 출신들이 맡고 있습니다.

대주주이니만큼 재무 관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거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녹취> 산업은행 전 임원(대우조선 재취업/음성변조) : "재취업하러 간 사람이 얼마나 역할을 하겠습니까, 실질적으로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 체제도 안 잡혀 있었고, 그런 의지도 없었고, 그만큼 할 역량도 안 됐죠."

감사원이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부실지원 감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하는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산은이 결과적으로 부실 경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때문에 부실 책임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국책은행 지원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게 중론입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공적자금이 투입돼야만 하는 이유를 명백하게 입증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국민과 국회에서 입증돼야 (공적자금을 통해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절차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확립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와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역할론에 대해 공감대가 있는만큼 이제 중요한 건 속도를 내는 겁니다.

때마침 함께 국제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유일호 경제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총재가 구조조정 방법론에 대해 합의를 하면 구조조정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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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2 21:13:49
    • 수정2016-05-02 22: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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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헬리콥터 벤'

미국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에게 붙은 별명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침체기엔 헬기에서 뿌리듯 돈을 대량 공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반면 우리 정부가 말하는 한국판 양적 완화는 '수혈'과 같은 응급조치에 가깝습니다.

조선과 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병이 깊어진 국책은행에 돈을 공급하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위기라는 게 정부 입장인데요.

먼저 그 실태를 김지선 기자가 전합니다.

▼ 가장 두려운 건 ‘신용경색’…해법은? ▼

<리포트>

지난해 5조 원대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 회사에 13조 원을 빌려줬습니다.

STX, 성동조선해양 등 조선, 해운업계 전체에 빌려준 돈은 21조 원이 넘습니다.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운 돈입니다.

결국 은행이 갖고 있는 자본보다 부채가 많게는 8배가 넘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인터뷰> 이한득(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이 반영되기 때문에 자기자본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국책은행 대출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실화 정도가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책은행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다른 기업에 대출한 돈을 거둬들이면 상대적으로 견딜만 하던 기업도 순식간에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과거의 구조조정 경험을 돌아볼때 가장 두려운 건 신용경색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 규모는 30조 원.

지난 2000년 이후 15년만에 최대규모입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때인 2008년보다 두 배나 많은 수준입니다.

국책은행 부실에 선제적으로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 한국판 양적완화는? ▼

<기자 멘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들어갈 막대한 구조조정 재원.

이 부담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가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의 핵심입니다.

정부의 금고, 국고를 한 번 볼까요?

지난해 쓰고 남은 돈 2조 5천억 원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추경을 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 시간을 다투는 구조조정 대책으로 마땅치 않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한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한은의 돈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그럼 국책은행이 자본이 넉넉해져 걱정 없이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말처럼 이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은의 돈, 출처 때문인데요.

국책은행 주식을 사려면 한은은 돈을 찍어내는 이른바 '발권력'을 동원해야합니다.

한은이 부정적인 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중앙은행이 특정 산업에 대출을 해주는 건 특혜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는게 한은 판단입니다.

한은은 그래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단 입장인데요.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지 한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신속합의가 관건…유일호-이주열 결판 짓나?▼

<리포트>

지난 2008년부터 대우조선의 재무최고 책임자는 산은의 부행장 출신들이 맡고 있습니다.

대주주이니만큼 재무 관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거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녹취> 산업은행 전 임원(대우조선 재취업/음성변조) : "재취업하러 간 사람이 얼마나 역할을 하겠습니까, 실질적으로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 체제도 안 잡혀 있었고, 그런 의지도 없었고, 그만큼 할 역량도 안 됐죠."

감사원이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부실지원 감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하는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산은이 결과적으로 부실 경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때문에 부실 책임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국책은행 지원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게 중론입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공적자금이 투입돼야만 하는 이유를 명백하게 입증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국민과 국회에서 입증돼야 (공적자금을 통해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절차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확립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와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역할론에 대해 공감대가 있는만큼 이제 중요한 건 속도를 내는 겁니다.

때마침 함께 국제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유일호 경제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총재가 구조조정 방법론에 대해 합의를 하면 구조조정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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