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이름 - 5·18 그 후 36년

“그 해 5월 사라진 아버지…DNA 대조 가능할까요”

강현석 기자

부산 거주 가족, 유전자 분석 의뢰

광주시 “예산 추가해서라도 지원”

“36년 전 5월 아버지가 광주에 간다고 집을 나선 뒤 지금까지 실종 상태입니다. 혹시 DNA 대조가 가능할까요?”

경향신문이 5·18 무명 희생자 5명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고 있던 지난달 19일. 광주시청에 부산에 살고 있는 유모씨(43) 가족이 전화를 걸어왔다. 유씨는 “가족을 찾지 못한 5·18 희생자의 DNA가 보관돼 있다는 말을 듣고 혹시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연락했다”고 말했다. 유씨에 따르면 1937년생인 아버지는 1980년 5월 “광주에 다녀오겠다”고 부산의 집을 나선 뒤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광주시는 유씨가 원할 경우 가족들의 DNA를 채취해 무명 5명의 DNA와 대조키로 했다. 5·18 희생자와 관련해 DNA 대조가 이뤄지는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직후 희생자들은 당시 시립묘지였던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에 안장됐다. 안장을 준비 중인 관 앞에서 희생자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이곳에 묻혔던 희생자들은 1997년 5월 인근인 광주 북구 운정동에 국립5·18민주묘지가 완공된 이후 그곳으로 이장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직후 희생자들은 당시 시립묘지였던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에 안장됐다. 안장을 준비 중인 관 앞에서 희생자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이곳에 묻혔던 희생자들은 1997년 5월 인근인 광주 북구 운정동에 국립5·18민주묘지가 완공된 이후 그곳으로 이장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무명 희생자의 DNA는 전남대 법의학교실에 보관돼 있다. DNA는 2001년 10월 이장을 위해 유골을 발굴할 때 채취했다. DNA 분석은 가장 확실한 신원확인 방법이기도 하다. 5·18 옛 묘역에 묻혀 있던 무명열사 11명 중 6명이 DNA 대조로 가족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대조할 만한 DNA 샘플 확보는 2009년 이후 중단됐다. “5·18 당시 가족이 행방불명됐다”는 신고는 모두 441건이었지만 2001년부터 시작된 DNA 채취에는 130가족만 응했다. 그나마도 2009년 8가족의 DNA를 채취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최선영 광주시 5·18민주선양계장은 “가족들의 DNA를 채취해 분석·대조하는 데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5·18 관련 실종자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추가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최대한 DNA 분석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Today`s HOT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불타는 해리포터 성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