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부채 1284兆 최악, 총체적 재정개혁 火急해졌다

국가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통계수치가 또 나왔다. 정부가 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15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부채(미래지출 연금 예상액)를 포함한 국가부채가 전년보다 72조1000억 원 늘어난 1284조8000억 원에 달했다. 국제비교 기준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38조 원으로, 6년 만에 가장 컸다. 4년 만에 ‘세수펑크’에서 탈출했다는 정부의 자축도 있었고, 반쪽짜리 공무원연금 개혁이지만 그 효과로 충당부채 증가율이 다소 떨어졌는데도 살림살이는 더 나빠졌다. 메르스 극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편 데다 부동산 경기 호조로 정부의 주택채 발행이 늘어난 결과다.

정부는 이번에도 우리 재정 건전성은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1.8%로, OECD 평균치 115.2%를 크게 밑돈다는 게 근거다. 일면 일리는 있다. 문제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9%로, 1년만에 2.0%포인트나 올랐다. 더 큰 걱정은 저성장 고착화 조짐 속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도 날로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살아남을 궁리는 소홀히 한 채 ‘복지·고용 포퓰리즘’ 공약만 쏟아내고 있다. 여야가 내놓은 공약이 실현되려면 더불어민주당 119조 원, 새누리당 56조 원, 국민의당 37조 원이 소요된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여기에 이들 복지 공약 42개 중 절반이 넘는 26개가 돈이 얼마나 들지조차 추산이 안 되는 ‘묻지마’ 공약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제 총체적 재정개혁이 화급(火急)해졌다. 정부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나라 곳간을 사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예산 편성 때 재량지출 예산을 10% 감축하는 유(類)의 조치론 턱도 없다. 복지 지출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비과세·감면의 재정비도 더 해야 한다. 정치권 각성도 절실하다. 재원대책 없는 입법을 막는 ‘페이고(pay go)’준칙 법제화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 국가채무를 GDP 대비 일정 수준에서 동결하는 입법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