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좌파연대와 안철수 호남연합 구태 경쟁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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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어제 4월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논의하기 위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문 대표는 심 대표와 만나 20일 심 대표가 제안한 전략협의체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더민주당은 발표했다. 이에 앞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이 창당을 추진하는 국민회의도 통합을 선언했다. 양측은 발표문에서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통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민주당과 정의당의 합의는 심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연립정부 구성을 전제한 정권교체 연합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합의로 19대 총선에서 옛 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를 했던 더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선 정의당과 연대하게 됐다. 두 당이 후보 단일화를 할 길도 열렸다. 더민주당으로선 불과 몇 퍼센트 차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등 박빙 지역에서 정의당 표를 흡수할 계산일 것이다. 문 대표는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 일정 비율의 정당투표를 획득한 정당에 득표율을 초과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역시 지역구를 양보하는 정의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보장해 주려는 사전 포석이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영입 등으로 중원(中原)을 겨냥해 우클릭한 더민주당이 더 왼쪽에 있는 정의당과 연대를 하겠다니, 국민은 헷갈린다. 더구나 문 대표는 합의를 발표하면서 ‘김종인 위원장에게 인수인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을 넘겨받을 김 위원장과 중대 발표를 둘러싼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문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어제 통합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더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 박주선 최재천 의원은 물론이고 정동영 전 의원과의 통합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이 천 의원을 신호탄으로 호남 출신 더민주당 탈당 의원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는 자명하다. 더민주당을 앞섰던 호남 지지율은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 등의 악재가 겹쳐 밀리고 있다. ‘중도개혁을 통해 양당 체제를 혁파하겠다’던 국민의당이 개혁보다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구태로 돌아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안철수 및 호남 의원과 동교동계의 잇단 탈당으로 호남이라는 지역과 운동권이 결합했던 제1 야당의 고질적인 연계 고리는 끊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사실상 친노와 운동권 중심으로 졸아든 더민주당은 좌파·운동권 연대로, 호남을 거점으로 삼으려는 국민의당은 호남연합으로 세를 불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 좌파연대와 호남연합이 다시 뭉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문재인#안철수#더민주당#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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