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뇌질환 유발’ 정황

“매일 썼다, 아이가 1급 뇌병변에 걸렸다”

이혜인 기자

본지 특별취재팀 사례 조사

가습기 살균제를 쓰고 발달장애 등 뇌 관련 질환을 겪고 있다는 환자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가 뇌질환도 유발할 수 있는 정황이 처음 포착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 PHMG·CMIT가 폐질환 외에도 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이동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지난 6~7월 전국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폐 이외 질환을 얻은 사례를 제보받은 결과 9명이 뇌병변·발달장애 등 뇌 관련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청주에 사는 김옥영씨(46)는 둘째 지훈이를 임신한 2000년부터 3년 동안 남편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박스째 가져다 썼다. 지훈이는 출생 직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기관절제술을 받았다. 그럴수록 가습기 살균제를 더 사용했고, 온 신경이 ‘생존’에 쏠려 지훈이가 걷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2007년 지훈이는 1급 뇌병변 판정을 받았다. 현재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훈이는 경직 증상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뇌병변 환자와 구분된다. 김씨는 “지훈이는 산전 검사 때도 건강하다고 했고 3.8㎏으로 다 자라서 나왔다”며 “그간 이유를 몰랐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임미룡씨(33)는 둘째 아이 임신 5개월째부터 1년 반 동안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둘째 아이는 출생 후 14개월째부터 이름을 불러도 전혀 대답하지 않는 발달장애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임씨 가족은 가습기 살균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셋째 아이를 제외하고 전원이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병과 호흡기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취재 결과 임씨처럼 심한 피부 관련 질환을 겪고 있다고 알려온 경우만 21건이었다. 영남대 단백질연구소 조경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주요 성분이 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이동해 염증 반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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