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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근로자들, 20대 총선 뛰어든 이유



대전

    한국타이어 근로자들, 20대 총선 뛰어든 이유

    "지난 2007년 제대로 규명됐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

    왼쪽부터 김운학, 이진재, 정봉진 씨.

     

    대전 대덕구의 한 총선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기자를 맞이하는 김운학, 이진재, 정봉진 씨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들은 투병 중이었다. 김운학 씨는 간경변과 다발성신경병증, 이진재 씨는 육종암으로 근육 일부를 떼어냈다. 정봉진 씨는 이따금 말이 어눌해지거나 기억을 또렷이 해내지 못했다. 그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각기 다른 병과 싸우고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타이어에서 일했다는 것'이었다.

    정봉진 씨는 타이어 원료를 배합하는 일을 했다. 알츠하이머 발병으로 휴직 중이다.

    타이어 검사 업무를 하던 이진재 씨는 6개월 안에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 처리된다는 회사 방침에 완치되지 않은 몸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퇴직했다. 이 씨는 "그나마 정규직이었기 때문에 6개월 안에 복귀하라고 했지, 협력업체는…"이라며 김운학 씨를 바라봤다.

    협력업체 소속인 김 씨는 타이어에 고온·고압을 가해 쪄내는 일을 했다. 김 씨는 "타이어를 쪄낼 때 발생하는 수증기로 공장 내부가 가득 차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라며 "온갖 약품이 뒤섞인 그 수증기를 고스란히 들이마셔야 했다"고 주장했다.

    몸도 성치 않은 이들이 선거사무소를 지키게 된 사정은 이렇다.

    지난 2007년 한국타이어에서는 1년여 새 15명의 근로자가 잇따라 숨졌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들끓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실시됐고, 이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심장성 돌연사를 일으킨 원인으로 작업장 내 고열을,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요인으로 교대작업과 연장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근본 원인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타이어 생산과정에 쓰이는 유기용제 등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심장성 돌연사'와의 관련성이 높지 않다는 결론만 내놓았다.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해소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전지방노동청의 2007년 말 특별근로감독 결과에선 183건의 산재 은폐를 포함해 1,300여건의 관련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는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한국타이어와 검찰을 질타했다.

    이후 달라진 것은 없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나빠졌다고 근로자들은 말한다.

    이진재 씨는 "산재 판정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회사에서 노동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근로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복귀했을 때 여실히 느꼈다"며 "제도를 바꾸기 위해선 정치에 직접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자신과 같은 한국타이어 출신 근로자들을 지원해온 손종표 노동자 나눔치유 협동조합 대표를 총선 후보로 내세우고 선거운동에 뛰어들게 된 이유다.

    지난해 말에도 30대 후반 근로자가 숨졌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14년을 일하다 지난해 10월 혈액암 진단을 받은 지 두 달 만이었다. 이에 대해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발병"이라는 유족 측의 주장과 "직접 사인은 업무와 무관하다"는 사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태다.

    사 측은 "유기용제 등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지난 역학조사에서도 기준치에 초과하는 공정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타이어 출신 근로자들은 "저농도라도 오랜 기간 노출되면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학계 의견도 있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근로자들이 계속 숨지는 정확한 이유를 규명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2007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근로자들이 죽어갔습니다. 이 문제가 당시에 제대로 규명됐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돼야 우리도 살고, 회사도 삽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그게 꼭 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07년 한국타이어의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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