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정현 새 대표, ‘대통령 내시’ 벗어나 보수혁신 이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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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새 당 대표에 호남 출신 3선인 친박(친박근혜) 이정현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화 이후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사에서 호남 대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최고위원에는 강석호 이장우 조원진 최연혜(여성) 유창수(청년) 후보가 뽑혔다. 이 대표는 11년 만에 부활된 단일지도체제의 수장을 맡아 내년 대선을 치르는 등 2년간 당을 이끌게 됐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며 ‘유능하고 따뜻한 혁신 보수당을 만드는 정치 혁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역대 당 대표들도 당선될 때마다 화합과 계파 청산을 외쳤으나 보혁(保革)이 뒤섞인 ‘짬뽕 정당’의 태생적 한계에 막혔다. 친박 패권주의 때문에 4·13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이번 지도부 선거에서 강석호 최고위원 1명을 제외하곤 친박이 싹쓸이한 것을 보면 새누리당이 정신을 차렸는지도 의문이다.

이 대표가 진정 계파를 청산하려면 서청원 최경환 의원 같은 친박 좌장은 물론이고 주군(主君)인 박근혜 대통령까지 ‘극복’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싸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는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함으로써 정국 수습을 위한 개각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나를 대통령의 내시라고 해도 부인하지 않겠다”며 친박에 구애했다. 지금도 ‘하청 정당’ 소리를 듣는 당을 ‘내시 정당’으로 전락시켰다간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친박에서는 이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만드는 시나리오대로 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편파적’으로 하기로 작당이라도 한 듯하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지금 제로”라고 말했듯이, 새누리당을 뼛속까지 개혁하지 않고는 ‘보수 집권 8년’에 실망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지역 출신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감격했지만 적잖은 국민에게는 ‘금수저’와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양극화의 나라’일 뿐이다. 기득권 계층의 대변자 같은 새누리당, 특히 친박부터 기득권을 포기해야 국민의 마음도 돌릴 수 있다.

작금의 새누리당은 어떤 혁신의 칼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웰빙과 무사안일 체질로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영국 노동당은 1994년 수구좌파 노선을 버리고 ‘제3의 길’로 집권의 발판을 다졌고, 보수당은 2005년 ‘온정적 보수주의’ 노선을 세워 정권을 되찾았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은 죽어야 사는 당’이라고 진단한 만큼 당 노선도 시대정신에 맞춰 새롭게 정비해 보수 혁신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내년 대선 때 호남에서 20%의 지지를 받아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지역 표심 공략 같은 정치공학 아닌 집권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북핵·미사일 위협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안보 및 국론 분열 위기, 장기 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같은 경제 과제를 해결해 나갈 큰 그림을 제시하고 당이 국정 운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 대표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이를 어떻게 관철하느냐에 박근혜 정부의 성패, 보수 정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정현 의원#새누리당#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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