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들… 강력범죄 비율, 일반범죄자의 10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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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잇는 ‘묻지마 범죄’ 대책 어떻게
일반인보다 범죄확률 높지 않지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제과점. 빵을 고르던 김모 씨(59)는 갑자기 칼을 꺼내 옆에 있던 손님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그는 계속 “누가 나를 죽이려 한다”고 외쳤다. 출동한 경찰에게는 엉뚱하게도 “죽여 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정신분열병(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약을 처방받았지만 복용하지 않아 증상이 심해진 것. 강남 한복판에서 재작년에 벌어진 일이다.
○ ‘묻지 마 범죄’와 정신질환 함께 증가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는 최근까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5월 발생한 서울 수락산 살인사건 용의자 김학봉 씨(61) 역시 정신질환으로 처방을 받았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묻지 마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 추이를 분석한 이유다. 2005년에 비해 2015년 충동조절장애 환자 수는 5배, 공황장애 3배, 분노조절장애와 조울증 환자는 2배가량 증가했다. 또 공황장애, 정신분열병, 조울증, 분노조절장애, 망상장애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정신질환이 증가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던 국내 정신질환자가 파악됐을 가능성 △사회의 스트레스가 커진 점 등으로 분석됐다.

실제 의학계는 국내 정신분열병 환자가 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병원에 간 적이 있는 환자는 20%(10만6208명·2015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쟁이 심화되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환경이 스트레스를 높여 정신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숨기지 않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 점도 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과 관련된 범죄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범죄백서’(법무부)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는 2006년 4889명에서 2014년 6301명으로 8년 새 28.9% 증가했다.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 범죄자 비율 역시 2010년 7.9%에서 2014년 11.6%로 높아졌다. 일반 범죄자 중 강력범죄자 비율이 1%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높은 수치다.

한국 사회 전반의 환경이 정신질환 범죄로 이어지는 ‘격발장치’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치열한 경쟁, 실직, 양극화 등으로 인한 사회에 대한 분노→집단주의 정서→자신과 타인의 비교→‘불평등하다’는 피해의식→잠재적 분노 폭발이란 과정이 정신질환자에게 더욱 선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의학계에서는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울분이 특별한 사건으로 촉발된 뒤 폭력으로 나타나는 ‘외상 후 울분장애’라는 현상을 최근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 정신질환자의 ‘전조 증상’ 파악이 핵심

정신질환이 모두 범죄와 연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 중 폭력성이 표출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다양한 요인이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의 ‘묻지 마 범죄’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상당수가 큰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단순 폭행 등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전조 증상’을 보이기 때문. 경찰청 권일용 범죄행동분석관은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범인은 가족, 사회로부터 고립돼 치료나 관리를 받지 못하면서 증상이 심해졌다. 사전에 적절히 치료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기영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료 과정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인권 침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윤종 기자
#조현병#정신분열#묻지마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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