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필리버스터 선거전’ 끝내고 선거구획정안 처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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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안을 법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어제 법정시한을 4개월 보름 이상 넘기고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선 야당이 테러방지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23일부터 7일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 여야 간에 테러방지법 처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표결이 실시되고,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처리가 가능하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새누리당에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수용 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수정안을 거부하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풀지 않는다면 오늘 선거구 획정안의 처리는 물 건너간다. 더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원내대표가 진행하는 것이라 제가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이 원내대표에게 떠민 것은 대표답지 않은 무책임한 처신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테러방지법을 당장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책상을 칠 일이 아니다”는 글을 올리는 등 연일 필리버스터를 응원하고 있다. 마치 운동권 친노(친노무현) 좌장으로 돌아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지 말라고 ‘교시’를 내리는 것 같다.

필리버스터가 합법적인 절차이긴 하나 시급하고 필요한 다른 법안의 처리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회 마비 조장이나 다름없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막고 있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문제 완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의 처리 시간도 부족해질 판이다.

더민주당은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서 “선거법보다 민생이 우선”이라며 선거구 획정 문제와 쟁점 법안 처리를 연계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이 다른 어떤 사안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발등의 불’인 선거구 획정안부터 처리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자신을 지역구 예비후보라고 알리거나 본인의 책을 소개하는 등 선거유세전으로 활용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총선 전략으로 삼는다면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총선 일정도 촉박하다. 2월 24일부터 3월 14일까지 선거구별로 재외선거인명부를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선거인명부 작성과 후보자 등록 신청까지 차질이 생겨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면 더민주당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선거구획정안#필리버스터#테러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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