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침해, 법원 "고의 없어, 무죄"

2023-06-02 11:23:55 게재

'보나미텍스 상표권' 침해증거 불충분

상표권 침해사실을 모른 의류수입업자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로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류 수입판매업체 대표인 지 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씨는 2009년 8월 미국 유명 패션브랜드인 '정크푸드'와 남녀 의류를 한국에서 독점 판매하는 총판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씨는 수입판매업체인 B사를 통해 정크푸드사 의류를 수입판매해 왔다.

그런데 B사를 통해 수입된 의류를 놓고 시비가 일었다. 이 제품은 왼손으로 브이(V)자 모양의 상표가 부착돼 있었는데 오른손 V자 모양의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항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네덜란드 업체인 보나미텍스인터네셔널 홀링 비브이(보나미텍스)가 지씨에게 '상표권 침해 행위를 중지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 업체는 오른손 브이(V)자 모양의 상표권을 특허청에 등록해 보유하고 있었다.

내용 증명을 받은 뒤에도 지씨는 약 5개월간 문제가 된 의류 24벌(100만원 상당)을 판매했다. 검찰은 지씨가 보나미텍스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지씨는 법정에서 "보나미텍스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후 유사상표를 부착한 의류를 판매한 사실이 없다"며 "설령 사실이 있다고 해도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판매했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지씨가 2017년 9월까지만 정크푸드사 의류를 수입하고 그 후 의류 판매사업에서 철수한 점에 주목했다.

이 판사는 "지씨는 보나미텍스의 내용증명을 받자마자 그 다음날 미국 정크푸드사에 알렸다"며 "피고인은 수입의류 판매가 상표권 침해 행위란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피고인에게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관련 민사사건의 1심 법원도 내용증명을 받은 뒤 피고인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6년째 진행되는 이 사건 상표권 침해 분쟁은 보나미텍스가 지씨의 수입판매업체인 B사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18년 4월 특허심판원은 보나미텍스의 손을 들어줬다. B사는 특허심판원 심결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특허법원과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보나미텍스는 무역위원회에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신청했다. 무역위는 2018년 11월 B사에 대해 수입판매행위 중지 및 시정명령 받은 사실의 공표, 45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와 별개로 보나미텍스는 2019년 4월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보나미텍스가 등록상표들을 국내에서 실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B사 고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나미텍스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대법원은 보나미텍스 패소를 올 3월 확정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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