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남북 포격사건 조사 결과 유엔사·합참 일제히 ‘쉬쉬’ 왜?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목함지뢰·천안함 침몰 땐 “북 정전협정 위반” 바로 발표

1차 조사 때 “명백한 증거 없다”…비공개 사전 조율 의혹

주한 유엔군사령부(UNC)가 지난 8월20일 최전방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남북 간 포격사건 조사에 대한 결과 발표를 거부했다.

유엔군사령관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다. 유엔사로부터 포격사건 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합동참모본부 역시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한·미 군 당국이 이전과 달리 남북 간 포격사건 조사 결과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유엔사 군사정전위 조사 결과의 북측 통보’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 군 당국이 유엔사 1차 조사 결과를 수정한 후 비공개하기로 사전 조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 포격 도발이 있었던 8월20일 경기 김포시 인근 서부전선 최전방 우리 군의 다연장로켓포가 북쪽을 향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북한의 비무장지대 포격 도발이 있었던 8월20일 경기 김포시 인근 서부전선 최전방 우리 군의 다연장로켓포가 북쪽을 향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 공군 소령을 팀장으로 군정위·중감위·연락단으로 구성된 유엔사 특별조사팀(SIT)의 비무장지대 포격사건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는 지난 9월에 만들어졌고, 유엔사는 한국군 수뇌부 요구를 반영한 최종 조사 결과 보고서를 지난달에 작성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유엔사 공보실장을 겸하고 있는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인 로버트 매닝 대령은 최근 “특별조사팀의 조사는 끝났다”며 “유엔사는 한국군 장교들과 이 내용을 공유했지만 이 내용을 통상적으로 공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구체적으로 조사가 언제 종료됐는지조차 공개를 거부했다.

이는 유엔사가 8월4일 발생한 DMZ 목함지뢰 사건에 대해서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사실을 확인했으며, 한국 국방부 및 합참과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고 발표했던 것과 대비된다.

유엔사는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폭격사건 때도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유엔에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2000년대 초에도 유엔군사령부는 “북한 인민군이 경기관총을 비무장지대로 반입하는 등 정전협정 규정들을 위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처럼 유엔사는 여러 차례 군사정전위 조사 결과를 밝힌 바 있고, 직접 공개하지 않을 경우 그 내용을 전달받은 한국 국방부나 합참이 이를 공개해 왔다.

그러나 이번 포격사건과 관련해 합참은 “유엔사가 발표하지 않은 것을 합참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밝힌 북한군 포탄 포연이 찍혔다는 열영상관측장비(TOD) 화면의 공개도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TOD 관측병 등) 관련자들 증언 내용 등도 유엔사 조사 결과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합참과 주한미군에 정통한 관계자는 “유엔사 1차 조사 결과는 ‘북한군 포격의 명백한 증거는 없다’는 내용이었다”며 “이 때문에 비상이 걸린 한국군에서는 10월 초 당시 최윤희 합참의장이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나 보고서 내용의 완화를 요청하는 한편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말고 유엔본부에만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른 합참 고위 간부도 주한미군 간부들에게 조사 내용을 한국군에만 불리하게 작성하지 말아줄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전 의장은 “당시 사령관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포격사건) 조사 결과 비공개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합참은 한·미연합군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기간 중이던 8월20일 북한군이 오후 3시53분과 4시12분, 2차례에 걸쳐 화력 도발을 해왔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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