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서울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4월 햄버거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1% 올랐다. 햄버거 물가 상승률은 2004년 7월(19.0%)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
지난 4월 4일 서울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4월 햄버거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1% 올랐다. 햄버거 물가 상승률은 2004년 7월(19.0%)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
올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소 가격이 내년에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축우 생산지에 가뭄이 들고 인플레이션까지 덮친 결과다. 소고기 가격도 급등하면서 외식·식료품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축우와 소고기 값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고공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생우 8월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5.8달러 오른(3.43%) 오른 파운드당 1.74달러에 거래됐다. 생우는 목장에서 6~10개월 정도 자란 어린 소를 말한다. 생우 선물은 지난 4월 파운드당 1.77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축우 가격 상승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우선 인플레이션으로 소를 기르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 미국 축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네브라스카,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 주요 축우 생산 주에서 사료 지출이 전년보다 평균 20% 이상 증가했다. 수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방목 목초지가 말라서다. 여기에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가 늘었고 인건비·농기구 등 가격도 올랐다.

축우사업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생우 한 마리를 비육장에 팔 때까지 목장주는 약 700달러 이상의 운영비를 쓰는 반면 수익은 마리 당 평균 12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네브라스카 한 목장주는 2014년 500~600달러 수준이었던 생우 한 마리당 수익이 80달러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목장주들은 가축 수를 줄이거나 사업을 정리하며 대응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당수 육류 가공업체가 가동을 중단하거나 폐업한 여파도 반영됐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 소 및 돼지 시설의 일일 생산 능력은 한때 45%까지 감소했다. 비육우(생우를 비육장에서 5개월 가량 더 기른 소)를 가공업체에 보낼 수 없었던 목장주들은 축우를 대거 살처분했다. 사업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규모도 줄였다.

그 결과 올해 미국 내 비육우 수는 6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기준 미국 내 비육우 수는 전년보다 4% 감소한 2890만으로 집계됐다. 올해 소고기 생산량 역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 전년대비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 가격에 맞물려 소고기 가격도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라보뱅크는 2020년 이후 20% 이상 상승한 소고기 가격이 올해 여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리보뱅크 분석가들은 올해 파운드 당 5.33달러인 소고기 소매가격이 내년 0.15에서 0.25 달러 가량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소는 2년 정도 길러야 도축이 가능한 만큼 닭·돼지에 비해 공급이 탄력적이지 않다. 올해 소 가격이 급등해도 공급이 늘어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소고기 가격에 민감한 외식·식료품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햄버거 체인점인 쉐이크쉑의 캐서린 포거티 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애널리스트들에게 "비용 측면에서 불확실성의 가장 큰 부분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제게는 소고기"라고 밝혔다.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슈퍼마켓인 페스티펄푸드에 따르면 소고기 대신 해산물이나 칠면조를 구입하거나, 소고기 중에서도 값싼 부위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페스티벌푸드는 소고기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개별 포장에 든 고기 양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WSJ은 "소고기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당분간 식료품비 인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외식업계도 미국 축우시장 여파를 정통으로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햄버거 물가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17.1% 올랐다. 2004년7월 이후 18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