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낯 뜨거운 최경환의 ‘진박 띄우기’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어려울 때 대구·경북 의원들은 뭐했느냐. 대통령이 발목 잡히는 정도가 아니라 (발목) 부러질 지경인데, 대구·경북만이라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춘수 대구 북갑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다. 최 의원은 “요즘 ‘진박(진실한 친박)’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들(진박 후보)은 ‘나라도 대통령 도와야겠다’고 나온 건데 코미디하듯 조롱하면 되겠느냐”고도 했다. 친박계의 ‘신좌장’으로 불리는 최 의원이 대구·경북(TK) 물갈이에 발벗고 나선 격이다. 김무성 대표 말대로 ‘완장’이라도 차겠다는 건가.

최 의원 발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우선,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아니다. 지역구 의원의 임무는 넓게는 국민 전체, 좁게는 지역구 유권자를 대표하는 일이다. 집권당이 행정부와 함께 국정의 축을 형성하는 만큼, 여당 의원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뒷받침해야 할 때는 있다. 그렇다 해도 정책적 측면에 한한다. 특정 지역 현역 의원들을 찍어내고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로 물갈이하겠다는 것은 국정 운영과 무관하다. 수준 낮은 권력투쟁일 따름이다. 다음으로, 노골적인 진박 편들기는 내놓고 불공정경선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주권자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다. 진박 예비후보들이 부진한 이유는 자명하다. TK 주민들이 이들을 ‘낙하산’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는 대신 대통령과의 인연만 내세우는 후보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정당에서 공천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친박·비박의 갈등은 눈뜨고 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김무성 대표가 박 대통령과 친박을 겨냥한 “권력자” “완장” 발언을 하자, 친박계에선 “(김 대표가) 똥고집을 부린다”며 원색적 비난으로 맞받았다. 지켜보는 국민으로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권은 입만 열면 경제위기라고 하지 않는가. 그 말이 진심이라면 볼썽사나운 대거리는 그만두고 국민들 살림살이 문제에 집중해야 옳다. 특히 친박은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진박 타령을 접어야 한다. 계속 진박 운운한다면 주권자 모독이자 정당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최 의원은 스스로 밝힌 대로 “평의원으로서 묵묵하게” 총선에 임하기 바란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