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은·수은 ‘임금 반납’은 성과연봉제 막으려는 꼼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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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구조조정용 자금을 확충하기 전에 이들 국책은행의 임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부실기업의 주채권은행인 국책은행이 부실한 감독 때문에 국민 세금을 공적자금으로 퍼주게 됐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고통 분담’에 나선다는 모양새다.

작년 말에도 국책은행의 고임금과 수익성 악화가 논란이 되자 산은 간부 700여 명은 임금 인상분 2.8∼3.8%를 토해 냈다. 수은 직원들은 11, 12월 시간외수당을 반납했다. 국책은행 정규직 평균 연봉이 9500만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일회성 쇼다. 당시 수은 경영진은 2016년 기본급의 5%를 반납하고 일반 직원들도 2016년 임금 인상분을 모두 반납해 건전성이 악화된 수출입은행의 위기 극복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위기 때마다 임금을 쥐꼬리만큼 반납하고 수조 원대 혈세를 낭비한 무거운 책임을 면제받을 심산인가.

정부는 부실을 방조한 국책은행 담당자를 끝까지 추적해 법에 따라 징계해야 한다. 필요하면 기존 임금을 삭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국책은행장은 자회사를 부실하게 관리한 임직원의 연봉을 깎는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산은과 수은 노조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저항하고 있다. 일회성 임금 반납과 도입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성과연봉제를 주고받는 일종의 꼼수로 보인다. 노조는 박근혜 정부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데다 여소야대인 정치지형을 감안했을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 임금 동결 등 페널티를 주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국책은행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국책은행부터 방만한 경영을 일삼으면서 조선·해운의 부실기업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주문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일 테니 민간이 따라오라’며 공공, 노동, 금융, 산업 부문에 개혁을 요구해 왔다. 신의 직장인 금융공기업이 성과급 도입을 완강히 거부하는데 정부가 민간에 성과주의 보상체계를 도입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구조조정#임금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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