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北과 대화의 길 찾아야..개인적 기여할 것"(종합)

[the300]방북은 대권 중간단계격…정계 "반총장, 구체적 역할 의지 밝힌 것"
대권도전 보도에는 "발언이 과잉해석돼" 수위조절

서귀포(제주)=우경희 기자, 박소연 기자 l 2016.05.26 16:02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16.5.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권도전 의지를 밝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직접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연이틀 밝혔다. 그는 "북한과 대화의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개인적으로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26일 제주 서귀포 ICC에서 열린 '제주포럼 2016'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반도에 갈등이 고조되면 동북아를 넘어 세계에 어둠이 깔린다"며 "우리는 북한과 대화의 길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또 개인적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평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관훈클럽에서는 "북한에 가서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방북 의지를 시사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구체적인 역할을 할 생각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힌 셈이다. 

북한 문제는 반 총장이 대권으로 가기 위해 꼭 다뤄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방북 등을 통해 가시적인 남북관계 개선 성과를 낸다면 대권후보로의 입지도 확대될 수 있다. 반 총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전날 "남북 대화채널은 내가 유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계는 이에 대해 방북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6.5.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날 귀국길에서 권력의지를 강조하듯 빨간 넥타이를 맸던 반 총장은 방한 둘째날 제주포럼 개막식 행사에 파란색 줄무니 넥타이를 매고 나서 대조를 이뤘다. 진중했던 전날의 표정과는 달리 가벼운 표정으로 황 총리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과 환담했다.

기조연설에서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연이어 밝혔다. 과거사 등 문제에 대해서는 분쟁을 해결하고 화합하는데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아시아가 각국의 영토분쟁에 엮인 문제에 대해 합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과거사 분쟁 역시 극복해야 하며, 과거의 유감스러운 이슈에 대해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 발언을 쏟아내 좌중을 술렁이게 했다. 반 총장은 "아시아 여러나라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축소되고 폭력이 나타나 우려된다"면서 "종교적 소수자와 소수인종,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반 총장이 레즈비언과 게이, 트랜스젠더 등의 단어를 되풀이하자 일부 아시아국가 참석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과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난민을 수용하고 이산공동체를 두고 있는 파키스탄 등은 따뜻한 사례"라며 발언을 이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원희룡 제주지사가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2016.5.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반 총장은 전날 본인의 대권도전 언급을 전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과잉·확대 해석됐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26일 반 총장과 조찬한 외교부 관계자는 "확대 해석됐고 과잉된 것 같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자리서 "분열보다는 통합의 리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제주지사 주최 VIP 오찬에서도 비슷한 톤의 발언을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반 총장은 "언론 보도가 본인의 본 뜻보다 많이 앞서나갔고,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으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오찬에 참석한 외국 전직 총리들도 반 총장에게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고 반 총장은 "그런 뜻으로 얘기한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의 수위조절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향한 시계는 이미 돌아가는 분위기다. 반 총장의 대북대화론에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외교부는 반 총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등 의지를 보여줘야만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반 총장이 그냥 유엔 사무총장이라면 보이지 않았을 반응이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와 면담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G7(주요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다시 귀국해 28일까지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29일 일산 국제로터리세계대회, 안동 하회마을 방문에 이어 30일 유엔 NGO콘퍼런스 참석을 끝으로 방한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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