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은 총선 5일 전에 꼭 충북·전북 가야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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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순방에서 귀국한 지 이틀 만인 어제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창조경제 현장 점검이 목적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어제는 총선을 불과 5일 앞둔 시점이고 사전투표가 시작된 날이다. 새누리당의 상징 색깔인 빨간 재킷을 입은 박 대통령이 지역 기업인들 앞에서 “창업에 도움 되는 법안들은 지체 없이 통과시켜 주는, 20대 국회는 그렇게 확 변모되는 국회가 되기를 여러분과 같이 기원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흘려들을 사람은 없다.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외면한 야당을 총선에서 심판해달라던 ‘국회 심판론’을 반복한 것이다.

역대 총선에서 캐스팅보트(결정권) 역할을 해온 충청은 대통령의 모친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있어 박 대통령에 대한 정서가 각별한 곳이다. 경대수 새누리당 후보(증평-진천-음성)는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서 도민들께서 우리가 도와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특히 청주는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4개 선거구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의 동선이 선거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야권의 텃밭인 전북은 새누리당이 20년 만에 첫 국회의원 탄생을 노리는 지역이어서 더욱 예민하다.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는 전주시 완산구는 ‘전주을’에 속하는 지역이고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가 더민주당 최형재,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곳을 박 대통령이 콕 찍어 방문한 것만 해도 지역 표심을 자극하는 일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호남에서 일으킨 녹색바람을 수도권으로 북상시키려는 데 맞서기 위해 박풍(朴風)이 나섰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셈이다.

총선 후 국정을 꾸려가야 할 박 대통령으로서는 여당의 안정적 의석 확보가 절박할지 모른다. 그러나 3월 10일 대구행에서 보듯 박 대통령의 무리한 행보는 역풍을 불러왔다. ‘배신의 정치’ ‘국회 심판’ 운운에도 반감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아무리 ‘선거의 여왕’을 원한다 해도 청와대가 대통령의 지방 행차를 총선 뒤로 미뤘다면 차라리 돋보였을 것이다.

작년 해외 순방 뒤에도 박 대통령은 4·29 재·보궐선거 하루 전날, 고 성완종 회장의 과거 정부 사면을 거론하며 ‘과거 부정과 비리 척결’의 병상 메시지를 보내 여당 승리에 기여했다.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12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다.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은 선거 개입의 시비를 부를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삼가길 바란다. 대통령은 선거가 아니라 국정에 전념한다는 인상을 보여 줘야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다.
#박근혜#전주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경제 현장 점검#캐스팅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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