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랑스 좌파정부도 단행한 노동개혁, 巨野는 똑똑히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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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집권 사회당 소속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노동법 개정안을 헌법에 규정된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10일 각료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법정 근로시간을 주 35시간 이내에서 최대 60시간으로 늘릴 수 있게 했고, 초과근무수당 할증률을 내려 기업 부담을 낮췄다. 정규직에 해당하는 무기한 정규계약 직원의 고용 및 해고의 재량권을 기업에 줬다. 프랑스 혁명과 좌파 이념에 뿌리를 둔 노동조합의 저항이 강한 나라에서, 더구나 사회당이 2000년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를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 들어 수술한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이 지지층인 좌파와 노동자들이 등을 돌릴 정도로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깨지 않으면 실업률 10.3%, 청년 실업률 24.0%의 만성적인 실업 문제를 해결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노동 유연성이 떨어져 기업이 신규 직원의 90%를 단기계약직으로 뽑다 보니 실업률이 독일이나 영국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프랑스 야당은 내각 불신임을 제기했고 3월부터 개정안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 중인 수십만 노동자들은 17, 19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지세력의 거센 반발과 내년 대선에서의 불이익을 각오하고 ‘유럽의 병자(病者)’로 전락한 나라 경제를 구하기 위해 결단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10.9%로 1999년 이후 4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였고 2∼4월 3개월 연속 10%대를 이어갔다. 올 1분기 성장률은 0.4%로 프랑스보다 낮았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조선과 해운 산업은 대량실업 위기가 코앞에 있다. 그런데도 이를 헤쳐 나갈 수단인 파견법안 등 노동개혁 4개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될 운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수도 없이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임기 마치면 한이 남을 것”이라고까지 했지만 야당은 협조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도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노동개혁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싶을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재작년에도 세금 감면과 일요일 영업제한 해제를 위해 긴급명령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전시나 천재지변 같은 때만 긴급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야당은 노조 편을 들면 당장 박수를 받고 내년 대선에서 지지표도 얻을 것으로 믿을지 모른다. 그 사이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 깊어져 결국 선진국의 문턱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두 야당이 노동개혁에 앞장서야 국민의 지지도 얻고 한국 경제의 살길도 열릴 것이다.
#프랑스#노동개혁#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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