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대 의제 - 2 정치개혁

“승자독식 선거구제 바꾸고, 계층 대변할 비례대표 확대해야”

정환보 기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분출하는 분노와 열망을 수렴해 공약을 만들고 이를 실천할 인물을 선거에 내세우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하지만 각당은 ‘누가 더 못났나’의 경쟁이라도 벌이듯 이전투구 속 원칙 없는 수싸움에 매몰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왜 정치개혁이 필요한지’는 선명하게 부각됐다. 경향신문 총선 자문위원단은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정치개혁 분야 3대 세부 의제로 ‘정당 민주주의 강화’ ‘소선거구제 개혁’ ‘권력구조 개편’을 꼽았다.

공천 룰 못 바꾸게 하고 전략공천 없애야

① 정당 민주주의 강화

자문위원단은 ‘정당 개혁, 당내 민주화’를 정치개혁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특히 선거 때마다 시끄러웠지만 끝나고 나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잊혀지는 ‘공천’ 문제를 짚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공천 규칙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정당이 공천을 진행시키면서 룰을 끼워맞추는 형태”라며 “선거 직후 앞으로는 쉽게 바꿀 수 없는 ‘공천 룰’을 확정하는 작업이 여야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도부 일부 뜻에 따른 전략공천은 국민 선택을 가로막고 민주주의 성장을 저해하는 폐단”이라며 “진정한 ‘상향식 공천’이 실현될 때 현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파당적 정쟁과 무이념적 정책 양산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훈민 씨투소프트 대표(청년자문위원)는 “특정 인물과 계파 이익에 충실한 현재 정당 구조라면, 차라리 딴짓 안 하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에 정치를 맡기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획기적 변화 필요

② 소선거구제 개혁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이 붙을 순 있지만, 특정 지역에서 1인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모두 독식하는 소선거구제를 바꾸면 모호한 ‘정치개혁’ 분야의 여러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대표하지 않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니, 민의가 반영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며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확대 등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소선거구제에 기반한 양당체제가 여러 문제를 파생시켰다”면서 “비례대표 확대 등 ‘표의 등가성’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부터 선거 직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효은 청년자문위원은 “공약 어기는 여당과 심판하자는 야당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노동자·청년 등 자신의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정치권에 진입시킬 수 있는 선거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권역별비례대표제·석패율제·도농복합선거구 등 다양한 해결 방안도 국회에서 제시됐지만 모두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론’의 힘이 가장 큰 선거 동안 다시 의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자문단 의견이었다.

새 권력구조 위한 ‘개헌’ 논의 시작돼야

③ 권력구조 개편

‘모든 의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란 현재 권력의 반대로 거론조차 힘들었던 ‘개헌’ 논의가 총선 전후로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5년 단임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가 결합해 만든 승자독식구조가 최악이라는 것은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명제”라며 “의원내각제냐 4년 중임제냐를 정해놓고 가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권력구조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20대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헌정 체제를 ‘87년 체제의 질곡’이라고 표현한 그는 “개헌 논의는 대통령이 주도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기 때문에 국회 중심이 맞다고 본다”며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여야 지도부가 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선 춘천 경실련 공동대표(한림성심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너무 힘이 모이고, 임기 내 성과를 내려고 급하게 하다 일을 그르치는 게 반복되고 있다”며 “각당에서 총선 공약으로 개헌 방향과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