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청와대·재벌·방송 합작품이었나

세월호 진상규명, 노동개혁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보수를 자처하며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해온 어버이연합의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경련이 어버인 연합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선교단체 계좌로 1억20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청와대 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집회 개최를 요청하는 문자를 보낸 의혹까지 제기된 것이다.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와 전경련 지원으로 관제데모를 벌여왔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일 정상 간 위안부 문제의 졸속합의를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하던 지난 1월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과 청와대 허모 행정관이 집회 개최와 관련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청와대의 공식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추 총장은 “지시가 아니라 협의를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청와대가 위안부 집회와 관련해 무슨 이유로 어버이연합과 상의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으로부터 받은 자금 역시 무료급식에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어버이연합 집회가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관제데모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KBS와 MBC의 주요 뉴스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KBS 조우석 이사는 한 극우매체에 ‘적대적인 기업환경에서 전경련이 우호적 단체에 1억원을 준 것이 무슨 문제냐’며 오히려 옹호하는 칼럼을 썼다. KBS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타 언론보도를 간추린 뉴스로 전달한 기자를 돌연 교체하기도 했다.

KBS와 MBC는 각종 시국현안을 둘러싼 갈등에서 어버이연합을 보수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단체인 양 부각시켰다. KBS는 ‘(세월호 관련) 불법집회 전문 시위꾼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2015년 6월22일)는 주장을 ‘어버이연합 등 7개 시민단체’ 이름으로 내보낸 바 있다. MBC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관련한 시민단체 반응(2014년 12월19일)을 보도하면서 어버이연합 주장을 맨 먼저 보도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KBS는 ‘소녀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2016년 1월13일)는 어버이연합의 기자회견 주장을 뉴스 말미에 덧붙여 보도했다.

이 보도만 보면 시청자들은 주요한 현안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어버이연합 배후에 청와대와 전경련이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KBS와 MBC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어버이연합 의혹은 정치공작과 정경유착을 넘어 언론공작 차원에서도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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