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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한’ 동메달… 부부力士의 유쾌한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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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한’ 동메달… 부부力士의 유쾌한 가족여행

입력
2016.08.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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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역도 53㎏ 윤진희

베이징 銀, 런던대회 앞두고 은퇴

두 딸 키우다 지난해 복귀 쾌거

中 리야쥔 용상서 실격 어부지리

남편 원정식은 내일 69㎏ 출전

윤진희(왼쪽)가 동메달을 딴 뒤 함께 기뻐하는 부부. 원정식의 목에 아내가 딴 동메달이 걸려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윤진희(왼쪽)가 동메달을 딴 뒤 함께 기뻐하는 부부. 원정식의 목에 아내가 딴 동메달이 걸려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만점 아내고 좋은 엄마죠. 무엇보다 존경하는 선수고요.”

원정식(26ㆍ고양시청)이 말하는 아내 윤진희(30ㆍ경북개발공사)다. 둘은 함께 리우올림픽에 출전 중인 ‘부부 역사(力士)’다. 윤진희가 먼저 낭보를 전했다.

윤진희는 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센트루 파빌리온2에서 열린 여자 53㎏ 결승에서 인상 88㎏, 용상 111㎏을 들어 합계 199㎏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인상에서 101㎏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리야쥔(23ㆍ중국)이 용상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123kg, 126kg, 126kg에 연속 도전했다가 1ㆍ2ㆍ3차시기 모두 실패하는 바람에 4위에 머물렀던 윤진희가 극적으로 3위가 됐다.

남편 원정식도 현장을 찾았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아내 보다 더 긴장한 표정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낀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관중들의 함성 같은 걸 안 듣고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윤진희가 아깝게 실패할 때도, 바벨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릴 때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원정식은 동메달이 확정된 직후에야 펄쩍 펄쩍 뛰며 환호했다. 그는 “아내가 필리핀 디아스 하이딜린(25)에게 1㎏ 뒤져 너무 아쉽게 메달을 놓치는 줄 알았는데 리야쥔이 실격을 당했다”고 떠올리며 “동메달을 따는 순간 5초 동안 정신이 나가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3위를 확정하고 원정식을 꼭 안아준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온 윤진희는 “하늘이 동메달을 주셨다”며 미소 지었다.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남편이 이틀 뒤에 경기를 한다. 몸 상태를 좋게 유지하려면 오늘 내 경기를 보지 않아야 하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진희(왼쪽)가 8일 리우데자네이루 센트루 파빌리온2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Kg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남편 원정식과 포옹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윤진희(왼쪽)가 8일 리우데자네이루 센트루 파빌리온2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Kg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남편 원정식과 포옹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윤진희의 동메달은 세계 역도 역사에도 드문 기록이다.

윤진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딴 뒤 런던올림픽을 앞둔 2012년 초 은퇴했다. 연하 역도후배인 원정식과 결혼하고 라임(4)-라율(2), 두 딸도 낳았다. 원정식을 뒷바라지하고 두 딸을 키우며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윤진희는 2015년 초 남편의 권유로 다시 바벨을 잡았다. 원정식은 2014년 말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 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는데 아내에게 “우리 함께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원정식은 “더 멋지게 선수로 뛸 수 있는데 포기한 아내의 노력과 재능이 아까웠다”고 말했다.

고비도 있었다. 작년 말 윤진희는 어깨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생각을 했다. 윤진희는 “남편이 ‘포기해도 좋지만 끝까지 해보고 나서 결정하자’고 말해 힘을 냈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메달은 없었다”고 고마워했다.

원정식은 “선수가 꾸준히 운동을 해서 몸이 정상일 때도 한 대회를 100일 정도 준비한다. 아내는 육아와 출산으로 몸이 거의 역도 동호인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한 대회(런던)를 건너뛰고 다시 나와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든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다”고 엄지를 들었다.

역도 선수가 아닌 윤진희는 어떤 엄마, 어떤 아내일까.

원정식은 “육아도 잘 하고 내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음식이나 모든걸 다 최고로 맞춰줬다. 좋은 엄마이고 만점 아내다”며 “또 기술과 노력을 모두 갖춘, 한 마디로 정말 역도를 잘 하는 선수다. 존경스럽다”고 했다. 자신보다 아내가 더 주목 받아 섭섭한 적은 없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 언론이 아내 기사를 더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원정식은 9일 오후 남자 69㎏에 출전한다. 이번에는 아내 윤진희가 관중석에서 응원할 것이다. 그는 “나는 메달권 선수는 아니지만 아내처럼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개인 최고 기록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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