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위험 정신질환자 10년새 최대 5배 가까이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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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 흑사회 깡패들을 처단했을 뿐이다.”

지난해 3월 일용직 노동자 전모 씨(56)가 경남 진주시의 한 인력공사 사무실에서 2명을 이유 없이 회칼로 무참히 살해한 뒤 경찰에서 밝힌 범행 동기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일감을 얻기 위해 대기 중인 인부였다. 수사 결과 전 씨는 망상장애와 정신분열병(조현병)을 앓는 정신질환자였다. 전 씨는 평소에도 행인에게 욕설을 하고 회칼로 위협하다 수차례 체포됐다. 이 같은 이상(異常)동기 범죄, 즉 ‘묻지 마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 최근 10여 년간 최대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심층 취재한 결과 묻지 마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내재된 정신질환은 △정신분열병 △망상장애 △공황장애 △충동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등으로 조사됐다. 취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05∼2015년 이들 6개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정신분열병의 경우 2005년 9만4564명에서 지난해 10만6208명으로 11.3% 증가했다. 화를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는 2만1695명에서 4만9241명으로 2배 이상으로, 충동적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충동조절장애는 300명에서 1499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집증이 유발되는 망상장애는 4945명에서 6821명으로 38% 증가했다.

이 밖에 공포를 느끼는 공황장애는 3배로(3만925명→10만6126명), 쉽게 흥분하는 조울증은 2배로(3만8121명→7만8523명) 각각 증가했다. 이런 증가는 정신질환 자체가 늘어난 측면과 질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받는 경험이 늘어난 측면이 공존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수는 2006년 4889명에서 2014년 6301명으로 8년 새 28.9% 증가했다. 따라서 묻지 마 범죄에 대해 여성 혐오, 증오문화, 양극화 등 사회학적 접근뿐 아니라 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이 곧바로 범죄와 연결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불만이 커지면서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아 이를 극단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 기자
#묻지마범죄#정신질환#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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