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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약은 베껴라?' 결국 묻지마 투표



국회/정당

    '좋은 공약은 베껴라?' 결국 묻지마 투표

    • 2016-04-05 06:00

    여야, 차별성없는 인기 위주 천편일률적 공약 남발



    4.13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에서는 공천 싸움의 여진만 느껴질 뿐, 눈에 띄는 정책 이슈는 찾을 수 없다.

    공천 갈등을 겨우 봉합하고 본격 선거운동에 뛰어든 여야가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운 건 ‘상대방 심판론’이다. 여당은 ‘야당심판’을 외치고 야당은 ‘경제를 망친 야당을 심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각 당이 마련한 20대 총선공약집을 봐도 각 정당의 뚜렷한 색채는 보이지 않는다. 정당명을 가리고 정책을 보면, 어느 당인지 분별이 안갈 정도로 비슷하다. 유권자의 합리적 투표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공약이다. 정당별로 공약이 크게 차이가 없다면, 유권자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고 결국 묻지마 투표를 할 공산이 크다.

    ◇ '좋은 건 너도나도'…천편일률 공약들

    대표적인 게 청년정책이다. 야당은 일제히 청년 취업을 위해 구직활동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안전망’을 도입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적 없는 미취업 청년들이 구직활동에 나선 경우 6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하겠다고 했고, 국민의당도 '후납형 청년구직수당'으로 50만 원씩 6개월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연 최대 540만 원(6개월 기준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디딤돌급여'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청년의무할당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현재 공공기관에 한시적으로 적용중인 ‘청년의무할당제’ 비율을 현 3%에서 5%로 높이고, 민간부문으로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거공약에 있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거의 똑같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을 통해 청년을 위한 쉐어하우스 임대주택 5만호와 신혼부부용 소형주택 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역시 국민연금을 이용해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신혼부부와 청년을 최우선 배정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각 당의 중소기업 지원 공약도 단어만 조금씩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복합쇼핑몰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대‧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을 돕겠다고 밝혔고, 정의당 역시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허가제 도입’을 내세웠다.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대형쇼핑몰을 규제하겠다는 방법론은 일치한다.

    ◇ 진보와 보수 정당이 똑같은 공약을?

    심지어 당 정체성이 확연하게 다른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공약마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여성일자리 정책이다. 새누리당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했고 정의당은 '일 가정 양립 정착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보면, 새누리당은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여성 새로일하기센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정의당은 '맞춤형 새로일하기센터 지원강화 및 프로그램 다양화'를 내세웠다. 결국 두 당 모두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문제를 '새로일하기센터'라는 기관을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정당별로 여성이 일과 가사를 양립할 수 있게 돕겠다는 문제의식이 같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같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여성가족위원회 고연림 전문위원은 "여성일자리를 늘리자는 문제의식은 모든 당이 공유하고 있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명정 정책연구위원 역시 "경력단절여성 일자리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같아 비슷한 정책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어서 "감정 노동자의 처우개선이나 임금인상 부분에서는 새누리당과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그래도 '우선순위'는 각기 달라

    물론 입장이 확연히 갈리는 정책도 있다. 대학생 등록금문제나 노동 관련 현안의 경우 정당별 입장이 다르다. 그러나 몇 가지 이슈를 제외하고는 정당별 공약이 비슷비슷해 정책을 보고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은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덕성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는 "정당별 공약이 외형적으로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정치에 크게 관심 없는 시민들은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든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분야에서 비슷한 공약들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그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더욱 큰 문제는 공약을 판단기준으로 삼는 유권자입장에서는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서 심사숙고해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약들이 비슷해 보이더라도 정당마다 차이를 구별할 방법은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핵심공약 10개가 순위별로 게재되어있다. 이를 보면 각 정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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