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논쟁’ 격화

사드 돌파구로 또 ‘편가르기’ 택한 박 대통령

이용욱·유정인 기자

노골적 비난 쏟아낸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천장에 설치된 조명 장치를 올려다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천장에 설치된 조명 장치를 올려다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의 방중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공개 비난했다. 방중 의원들에겐 ‘중국에 동조한다’고 했고, ‘북한에 동조하는 황당한 의원이 있다’며 색깔론도 폈다.

당장의 사드 논란을 방중 논란으로 덮고, 임기 말 레임덕을 버텨내기 위해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 때 ‘100% 국민대통합’을 공약했던 박 대통령이 노골적 편가르기를 앞장서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저를 선택해준 국민들 지키겠다’

박 대통령은 “저는 매일같이 거친 항의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좁게 해석하면 ‘대통령으로 선택해준 국민들’, 즉 지지층을 위한 결정이며, 사드 배치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국민들은 대통령 국정운영의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사드 배치, 우병우 민정수석 도덕성 의혹 등 각종 스캔들이 터지면서 등돌렸던 보수층 지지를 끌어내려고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이다.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친박 후보에 힘을 실은 것이란 해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해묵은 색깔론도 꺼냈다.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김한정 의원이 지난 3일 성주군민과 만나 “사드 배치로 북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야당 지도부도 아닌 한 초선의원 발언을 박 대통령이 굳이 지목한 것인데, 색깔 공세에 민감한 야당의 운신폭을 좁히고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더민주 등 야당은 “사실 왜곡”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 의원도 논평에서 “박 대통령이 제 발언을 왜곡해 북한 동조 세력으로 매도하고 색깔론을 펼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사드 배치로 인한 ‘남남 갈등’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조장하는 것으로 임기 말 레임덕 국면을 버틸 동력을 삼고 있는 셈이다.

[‘사드 논쟁’ 격화]사드 돌파구로 또 ‘편가르기’ 택한 박 대통령

■‘국내 정치’에 이용당한 외교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발언 이후 한·중관계 파열음은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근 사드 배치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국내외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어서 우려스럽다”고 중국 매체들을 겨냥했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관영매체 비판을 거론하며 “본말 전도”라고 반박한 것의 연장선이지만, 박 대통령이 나섰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청와대는 ‘중국 관영매체’라고 했지만, 중국 당국은 자신들을 겨냥한 비판으로 받아들여 반발하는 분위기다.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전용해, 한·중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는 것이다.

야당과 반대 여론을 무시한 일방주의 국정운영 원칙도 재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안보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안보 문제인 사드에 정치권이 무조건 협력해야 하며, 사드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국민에 대한 기본책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서 야당이 요구해온 우 수석 사퇴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20대 ‘여소야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수차례 ‘정치권과 소통확대 노력’ ‘협치’를 공언한 박 대통령의 약속은 이날 발언으로 허언이 됐다. 오히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방주의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수·진보, 여야 진영 대결을 부추기면서 향후 정국은 대치·충돌이 심화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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