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 통한 산업개혁?…결국 대기업 우대

박병률 기자

정부, 6차 관계장관회의 열어 방안 확정

정부는 대기업이 사물인터넷(IoT), 에너지, 스마트카, 바이오 등 ‘신산업’에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 지금보다 법인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영화, 방송 등 콘텐츠 개발 투자도 세금을 깎아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이 회의실 내 모니터에 비치고 있다. 그 아래에 자리 잡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이 회의실 내 모니터에 비치고 있다. 그 아래에 자리 잡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6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신산업 투자와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개혁’ 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신산업’의 범위를 확정하지 못한 데다 중소기업의 신산업 투자에는 혜택이 없어 대기업 우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지배구조, 대기업 중심 산업정책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아 ‘산업개혁’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무색하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신산업 육성세제’를 신설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대책을 그대로 준용한 것이어서 ‘신설’이라기보다 ‘개정’에 가깝다. 현재 신성장 R&D 투자에 대해 중소기업은 30%, 중견·대기업은 20% 세액공제를 해준다. 앞으로는 ‘신성장’이 아닌 ‘신산업’에 대해 중소기업은 현행 그대로, 중견·대기업은 10%포인트 세액공제율을 높여 중소기업과 같은 수준의 세액공제(30%)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는 추가 혜택이 없어 대기업 우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약 R&D 투자의 경우 지금은 임상 1·2상만 세액공제를 해줬지만 앞으로는 임상 3상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해준다. 신산업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하면 투자금액의 최대 10%(중소기업 10%, 중견·대기업 7%)를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

신성장 서비스업의 경우 세제지원 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제외업종만 명시)으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업도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등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음악, 웹툰 등 콘텐츠 개발비도 R&D 세액공제를 해주고 영화, 방송 등 콘텐츠 제작비를 최대 10%(중견·대기업은 7%) 세액공제해주는 것도 눈에 띈다.

신약, 인공지능(AI) 등 고위험 분야 신산업 투자 확대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신산업 육성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5000억원, 민간이 5000억원을 댄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정책자금 80조원을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문화콘텐츠 분야에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신산업’의 범위를 확정하지 못했다. 기존 19대 미래성장동력(5G 이동통신, 빅데이터, 심해저 해양플랜트, 가상훈련시스템, 실감형 콘텐츠 등)과 민간주도 5대 신산업(친환경 수송시스템, 시스템반도체, 친환경 신약, 박막태양전지, 에너지 효율화) 등에서 10개 정도를 추리겠다고 한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세수 감면 규모가 얼마가 될지 추정도 못했다.

무엇보다 대기업 중심의 지난 60년간 성장 방식을 답습했다는 점에서 ‘산업개혁’이라는 말을 붙이기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의 과도한 유보자금, 대·중소기업 격차 등은 ‘산업개혁’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신산업 R&D 투자는 상위 20개 대기업이 주도한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R&D가 성공하면) 경제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법인세가 대폭 감면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산업이 사업화되고 기업 매출이 늘어나면 법인세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