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역사부도 교과서도 ‘깜깜이’로 만드나

장은교 기자

올 12월에 검정 심사 예정

절반 가까이 되는 ‘한국사’

교육부, 편찬기준 등 비공개

<지도·그래픽 등으로 구성된 역사 부교재>
올해 말 검정심사가 예정된 역사부도 교과서가 명확한 집필기준도 없이 제작되고 있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은 물론 편찬기준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1월쯤 편찬기준 공개 후 수정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무리한 국정화 추진으로 인한 교과서 졸속 제작과 교육현장의 혼란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단독]역사부도 교과서도 ‘깜깜이’로 만드나

역사부도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쓰는 역사교과서의 부교재로 지도와 연대기 그래픽 등을 통해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보다 생생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교과서다. 역사부도에는 한국사와 동아시아, 세계사가 함께 들어 있는데 지난해 정부가 갑자기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역사부도는 ‘검정 반, 국정 반’인 돌연변이 신세가 됐다. 역사부도는 검정체제이지만 한국사 부문은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라 만들어야 한다.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만들 때 참고하는 것은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이다. 한국사의 경우 교육과정은 발표됐지만 집필기준(국정은 편찬기준)은 현재 없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과정에 대한 것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고 편찬기준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정교과서 심사 신청기간은 오는 12월6~9일인데 교육부는 11월쯤에야 편찬기준과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 심사를 받아야 하는 출판사들은 답답한 마음으로 ‘깜깜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ㄱ출판사 관계자는 “12월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11월에야 기준을 내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답답하고 분통 터지지만 ‘을’의 입장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부도는 그래픽 위주라 짧은 시간에 많이 고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ㄴ출판사 관계자는 “동아시아, 세계사 부문은 집필기준대로 작업하고 있지만, 책 절반가량이 되는 한국사 부문은 지난해 9월 공청회(국정화 발표 이전) 때 나온 시안을 참고삼아 작업하고 있다”며 “그렇게라도 만들어서 내고 수정하라면 수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ㄷ출판사 관계자는 “한국사 부문은 국정교과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양심상 필자로 참여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결국 출판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담당자는 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정교과서 때문에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미리 배포할 순 없다”며 “검정 신청기간을 며칠 미루거나 일단 심사를 하고 나서 수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 적용시기가 다른 것도 문제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2017년부터 적용되지만, 검정 역사부도 교과서는 2018년부터다. 따라서 2017년에 중·고교 신입생들은 역사부도 없이 공부를 하거나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 과거 역사부도를 보다가 2학년이 되면 새 역사부도를 다시 사야 한다. 교육부 담당자는 “내년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새 기준에 맞춰 용어 등을 정리한 개정판을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며 “2학년에 가서 굳이 새 교과서를 사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최소 4곳 이상의 출판사가 역사부도 교과서를 만들고 있는데, 교육부는 해당 교과서들이 필요 없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교육과정이 바뀌었는데 용어 몇 개만 정리해서 임시로 쓰겠다는 것은 맞지 않고,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왜 내년에 당장 국정교과서를 적용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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