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량으로 보유한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WSJ는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최근 몇 주 동안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일부 기업과 해외 투자자에게 이용자와 관련한 데이터를 다량으로 보유한 인터넷 기업의 해외 상장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새 규칙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들은 중국 규제당국이 VIE(가변이익실체)라는 기업 구조를 통해 해외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자국 기업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중국 빅테크 기업은 자국 규제를 피해 우회상장 수법인 VIE 구조를 통해 미 증시에 상장하고 있다. 앞서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과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이 VIE를 활용해 미 증시에 상장했다. 중국 규제당국의 새 조치가 시행되면 이 같은 상장 통로가 가로막힌다.

다만 제약산업 등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의 경우 해외 상장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익명의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 규제당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터넷, 통신, 교육 기업의 해외 상장에 특히 민감하다.

아울러 해외 상장에 나서는 중국 기업은 중국 당국의 정식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VIE를 통한 자국 기업의 상장 활동을 금지하지도, 정식 승인하지도 않았다.

새 규제 조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CSRC는 이와 같은 계획을 오는 4분기에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