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중, 비정규직만 ‘작업 전 스마트폰 반납’ 강요

김지환 기자

“안전사고 예방” 미휴대 운동…노조 있는 정규직은 제외

“응급상황에 신속 대응 못해”…사측 “강제 수거 않을 것”

현대삼호중, 비정규직만 ‘작업 전 스마트폰 반납’ 강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안전사고 예방’을 명분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의 스마트폰을 강제 수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원청 정규직의 경우 수거 대상에서 제외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작업장에서 응급상황 발생 시 빠르게 신고하려면 휴대폰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성 대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 현대삼호중공업 안전보건부가 지난 5월3일 하청업체들에 보낸 문건을 보면 원청은 “오늘부터 작업장 내 스마트폰 미휴대 운동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원청은 “매일 오전·오후 개인별 스마트폰 미휴대 여부 확인 후 점검표 작성” “오전·오후 2회 점검 → 2회 모두 반납 시 해당일 실적 인정” 등 모니터링 방법까지 상세하게 제시했다.

스마트폰 미휴대 운동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장으로 이동하기 전 원청이 배포한 스마트폰 보관함(사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스마트폰을 넣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선 “스마트폰을 현장에 갖고 갔더니 ‘당신 아니라도 일할 사람 많다’며 압박을 한다” “수거함에 붙여둔 번호로 전화를 해 벨소리가 안 울리면 대체폰을 놓아뒀다고 불이익을 주려 한다”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는 “노조가 있는 정규직은 제외하고 노조가 없는 하청 노동자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회사의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겉으로는 안전사고 예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하청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현장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근본적으론 스마트폰 미휴대 운동이 작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하청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청 노동자 ㄱ씨는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2119(사내 안전신고센터)로 연락을 해야 하는데 휴대폰이 없으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지회는 “배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작업자 간 거리가 걸어서 10분가량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재해자가 직접 구조요청을 할 수밖에 없어 휴대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지회 반발이 있어 우선 하청 노동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려고 한 것”이라며 “인권 침해, 강제성 등 문제제기가 있어 동참하는 사람에 한해 스마트폰을 반납하게 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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