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해운 구조조정, 대규모 감원으로 끝낼 일 아니다

조선업황 악화로 수주가 끊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3000명가량의 감원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제도를 중심으로 수만명의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해운업계도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치면서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많다. 조선·해운업계의 중복 과잉투자와 일감 부족으로 구조조정이 절박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규모 감원을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선택하려면 노동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실효성 있는 실업대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08년 쌍용차와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실직자의 연쇄 자살과 대규모 저항으로 이어졌던 사태와 같은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 모두가 노동자들을 구조조정의 일차적 대상으로 몰고 가면서 대주주와 경영진, 정부가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였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량해고가 현실화하면 가족들은 생존의 위기로 몰리고 국가경제에도 큰 부담이 된다. 인력 감축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되어야 하고 감원과 실업대책이 패키지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실업급여와 고용위기지원금 같은 기존 대책 외에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그 실효성은 차치하고라도 정부는 구체적인 시기가 결정된 게 없다며 변죽만 울리고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법인세율 인상도 제시되고 있지만 정부는 증세를 금기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실패, 관료들의 정책 실패를 덮고 감원만 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에는 지난해 4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시간을 허비하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도 대주주와 경영진의 기업 부실화에 대한 책임 없이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선 안된다. 호황 시절 불황에 대비하지 못하고 거품만 키운 경영실패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는 분명하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불황일 때 해고된 노동자들은 업황이 예전 수준을 회복해도 예전 자리로 돌아오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원이 정규직을 자르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것은 아닌지,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많다. 인력 감축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하며 노조 역시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 조정을 통해 자신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상생의 지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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