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상태 “연임로비 위해 민유성 측근 회사에 20억 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남상태 “3년간 특혜성 홍보비 지출”… 로비용 명품시계 구입 정황도
檢, 전달 경로 추적… 민유성씨 출금, “강만수 압박에 바이오업체 투자”
대우조선 임직원 檢진술 확보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66·구속 기소)에게서 “연임을 위해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62)과 친분이 깊은 홍보대행사 사장에게 20억 원이 넘는 특혜성 홍보비를 지출했다”는 진술을 받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민 전 행장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 재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스위스제 고급 시계 파텍필립을 구입한 정황을 잡고 이 시계가 로비 용도로 특정 인사에게 전달됐는지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8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홍보대행사 N사 사무실과 대표 박모 사장(58)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특별수사단은 박 사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박 사장이 받은 자금이 산업은행에 대한 알선 명목의 성격이 짙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남 전 사장 재임 당시인 2008, 2009년경 당시 민 행장과 친분이 깊은 박 사장이 운영하는 N사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20억 원이 넘는 홍보 광고 계약을 맺었다. 검찰은 N사가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에 제공한 홍보 컨설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특혜성 거래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남 전 사장도 광고 일감과 관련해 연임 로비에 힘써 주는 명목이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홍보담당 임원에게서 민 전 행장과 친분이 깊은 박 사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홍보담당 임원을 소환 조사했다. N사는 민 전 행장 재임 당시 산업은행의 홍보 컨설팅 일감 일부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남 전 사장은 2009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나아가 검찰은 남 전 사장이 재임한 시기에 대우조선해양이 구입한 명품 시계 파텍필립 등이 연임 로비나 청탁 목적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텍필립은 시가가 4000만∼5000만 원을 웃도는 스위스제 고급 시계로 뇌물이나 부패 사건에 수시로 등장한다.

특별수사단은 또 남 전 사장 측이 조성한 금품 일부가 박 사장 등을 통해 정관계와 친분이 깊고 우호적인 기사를 낼 수 있는 유력 언론사 간부에게도 흘러갔다는 의혹도 확인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민 전 행장 외에도 재계와 언론계에 인맥이 넓다.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박 사장은 6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로비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민 전 행장도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있는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71)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강 전 회장이 바이오 업체 B사에 특혜를 줄 것을 압박했다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의 진술까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조선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B사에 대한 50억 원대의 자금 집행이 지연되자 산업은행 비서실에서 ‘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독촉성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대우조선#남상태#민유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