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설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친박의 고민

[the300][런치리포트-친박, 그들이 사는법④]당권, 자신들의 미래 놓고 친박의 선택 관심

구경민 진상현 기자 l 2016.06.29 05:56
김희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일괄복당'에 대한 당내 갈등이 봉합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향후 대응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김태흠, 이장우, 김진태, 이완영, 박덕흠, 조원진, 김석기, 윤상직 의원 등이 참석했다. 2016.6.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13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에는 지각변동이 예상됐다. 총선 참패라는 결과에 '친박(친박근혜) 책임론'이 부상했고 '친박 2선 후퇴' '당 혁신'이 터져나오면서 친박들의 '각자도생'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총선 두달여, 친박은 여전히 당 내의 다수파이자 주류다.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경선 등 원내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했고, 결정적 국면에서 지도부의 결정을 되돌리기도 했다.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친박계가 힘을 회복할수록 당이나 친박계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비박계에 주도권을 내주자니 임기 후반 차기 대선 국면에서 소외되고 정치적인 입지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도 적잖다. 오늘의 친박을 있게 만든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를 지원하는 것도 숙제다. 친박들의 이런 고민들이 응축돼 표출되고 있는 것이 오늘 8월9일 열릴 전당대회다. 총선 참패 책임을 어떻게 털고 가느냐, 누가 당권 도전에 나서느냐 등 풀어야할 숙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28일 새누리당 관계자들과 정치 분석가들에 따르면 친박계로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총선 참패의 부담을 어느정도 들어내면서도 당내 주도권을 잃지 않는 구조다. 친박 핵심이면서 총선 참패의 책임이 적지 않은 최경환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직접 나서지 않고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거나 총선 패배 책임이 적은 친박 인사가 당권을 쥐는 구조다. 당원 7 대 국민참여 3으로 이뤄지는 대표 경선에서 적어도 당내 지지 기반에 있어선 친박계가 비박계에 밀리지 않는다는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다. 친박계 표가 결집할 수만 있다면 친박계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재 친박계 당권 주자로는 최 의원 외에도 5선의 이주영 원유철 의원, 4선의 홍문종 의원, 3선의 이정현 의원 등 다수가 거론된다. 그러다보니 최 의원이 나서지 않고 지난 총선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이주영 의원 등으로 친박 후보 단일화를 하는 방안이 추진됐다는 전언도 나온다. 하지만 이정현 의원 등의 출마의지가 확고해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친박 후보가 난립할 경우엔 비박계에 당권을 내주게 우려가 적잖다. 비박계에선 당권 주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김용태, 정병국 의원 정도가 출마를 선언했거나 적극적으로 준비중이다. 특히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당 대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대표 경선을 선거권자 1인1표로 치러기로 해 표가 분산되는 쪽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같이 선출하고, 1인 2표제로 최다 득표자가 대표, 2위부터 다득표 순으로 최고위원이 결정됐다.

 친박 표가 분산돼 당권을 비박에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면 최 의원이 결국 직접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친박 후보들이 난립하더라도 최 의원이 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친박표가 최 의원으로 상당히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선거 참패에 책임을 져야할 인사가 다시 당권을 쥐려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최 의원이나 친박계로선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친박계가 어떻게든 당권을 쥔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권 후보로 영입해 정권 재창출과 권력 연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친박이 어떻게든 당의 중심에 남으려는 자체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을 위해서든, 자신들을 위해서든, 한발 빠지는 것이 현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매서운 채찍질을 당하고도 친박계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친박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한다면 새누리당을 지지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고, 박근혜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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