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은 청와대

이용욱·박순봉 기자

“물갈이 공천의 배후” - 이한구·현기환 비밀회동 의혹 증폭

“대통령이 선거개입” - 대구 방문은 진박 후보 지원용 논란

청와대가 11일 여권 공천 막장 드라마 논란의 중심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57·사진)의 비밀회동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진박 후보 지원’ ‘선거개입’이라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비박계에선 청와대가 친박 주도 공천 물갈이 움직임의 ‘배후’라고 의심하고 있다.

여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은 청와대

현 수석이 지난 9일 서울 한 호텔에서 이 위원장과 회동을 했는지 여부는 ‘공천 정국’의 핵심 쟁점이 됐다. 그간 여당에선 청와대가 이 위원장 등과 함께 물갈이를 기획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던 터다. 회동이 확인된다면 청와대가 친박 주도 물갈이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는 심증을 사실로 굳히는 정황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날은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찍어내기’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만큼 두 사람이 수습책을 논의했을 수 있다.

당사자들의 진술은 일단 엇갈린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수석에게) 물어보니까 그런 거 없다고 한다”고 했지만, 이 위원장은 “이 일(공천 심사)을 제대로 하려면 나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여당 공천관리위원인 비박계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교통방송에 출연해 “민감한 시기에 이렇게 은밀하게 만났다는 것이 결과로 나오면 상당히 큰 파문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전날 대구 방문을 둘러싼 선거개입 논란도 진행형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도시락까지 드시면서 진짜 강행군했는데 아무리 경제행보라고 말씀드려도 그렇게 안 받아주시니까 참 답답하다”고 했지만, 보수언론에서도 “청와대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은 청와대를 의식해 공개발언은 삼갔지만 내부에선 “청와대가 하수다” “4월 총선에서 지더라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만 찍어내면 된다는 것이 청와대 생각인 것 아니냐” 등의 비판이 나왔다. 앞으로도 박 대통령이 민생점검차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 역시 선거행보라는 의혹을 낳을 수 있다.

당장 새누리당 등 여권에선 대구지역 진박 예비후보들의 지지율 추이에 주목한다. 박 대통령이 대구 방문을 통해 측면지원을 했던 만큼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진박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른다면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 행보와 논란은 끝없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진박 후보들의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하락한다면 대구행이 역풍을 부른 것인 만큼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선거에서 한발 빼는 등 전략 수정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개입 시도의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권발 공천 막장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로 매김한 청와대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민생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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