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한파, 연일 사드 난타… 거드는 국내 知中派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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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갈등 조정할 전문가 없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지식인의 행보가 대비되고 있다. 중국 지한파 학자들은 일제히 ‘사드 반대’라는 중국 정부의 방침을 충실히 전달하는 반면 국내 중국 전문가들은 침묵하거나 오히려 중국을 편드는 글로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학문의 자유’라고만 보기에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미국, 일본을 상대로는 의견 개진이 자유롭던 학계도 중국 문제에 있어서는 ‘눈치 보기’로 비칠 만큼 말조심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런민(人民)일보에 사드 배치 반대 글을 썼던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북핵보다 사드 문제를 중시하는 만큼 사드로 갈등을 빚으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전공자로서 ‘중국과 등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기고했으며 다른 기고자인 김충환 전 대통령업무혁신비서관과의 사전 조율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에 맞서 자국형 미사일방어(MD)를 구축한다고 공언할 정도인데도 이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비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난달 18일 중-러 전문가 포럼에선 상하이협력기구(SCO) 차원의 MD 구축 필요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사드가 미국의 MD에 편입돼 중국을 자극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면 중국의 MD 구축도 같은 이유로 비판해야 하지만 침묵하고 있는 것. 중국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중국에 비판적인 한국 학자들을 따돌리는 것도 이런 기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상호 신뢰 기초를 훼손시켰다”라며 사드 관련 직격탄을 날리고 “오늘 만남은 장관님이 제기했다”라고 폭로하는 비외교적 행보를 보였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한국이 중국을 자극하는 바람에 벌어진 외교 참사’라는 식의 지적이 많았다.

국내의 중국 전문가들은 한중 사이의 핫이슈에 대해 ‘한국 외교가 잘못하고 있다’ ‘큰 보복이 따를 것이다’ 등 한국에 화살을 돌리는 발언을 많이 했다. 한국 정부가 ‘3 No’(한미 간 요청도, 협의도, 결론도 없다)만 반복하며 주변국에 사드 설득 타이밍을 놓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학자는 침묵하고 그 틈을 이용해 중국 지한파는 한국을 공격하는 ‘사드 저격수’로 나서면서 중간지대가 사라졌다.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됐을 때 한국의 지일파, 일본의 지한파가 발휘했던 중재 노력을 한중 관계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중 관계가 최근 많은 발전을 했지만 한미, 한일 관계와 달리 오랜 역사나 전통이 없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가 미성숙한 중국의 특성이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안보 전문가들과 토론회에 참석했던 전 외교안보 부처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전직 장군, 학자들이 사드에 대해 일제히 발언 기회를 신청한 뒤 한마디씩 해 놀랐다. 마치 지침이 있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는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에서는 외교 전문가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월 관영 신화통신과 런민일보, 중국중앙(CC)TV를 방문해 “당의 의지를 실현하고 당의 주장을 반영하라”라고 직접 주문할 정도로 통제하는 현실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인 정지융(鄭繼永) 상하이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센터 주임은 1일 관영 환추(環球)시보에 “중국의 이익을 무시하는 한국에 대해 엄중한 징벌과 제재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주변 국가의 도전이 거세질 것”이라며 한국에 보복하라고 주장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조윤경 인턴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사드#중국#지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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