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경제민주화…야권 ‘공정위 역할 강화’ 한목소리

조형국 기자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위주 성장에서 벗어나려면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여 우리 경제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클 수 없게 하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 특허기술 빼돌리기 등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고, 특정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돼 경쟁이 제한되거나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운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의 첨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도 “공정위의 권한이 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자취를 감춘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점화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시 떠오른 경제민주화…야권 ‘공정위 역할 강화’ 한목소리

20대 국회에서 공정위 역할 강화를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총선 공약의 첫 번째 목표로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바꾸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이 창당 후 처음 발의한 법안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공정위가 현재 갖고 있는 과징금·시정조치 등의 수단만으론 독점 시장에서 경쟁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추가적인 제재 수단을 공정위에 부여하겠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정위가 강해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더민주는 공정위의 조사권한을 강화하고 조사활동 방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가 제정하겠다고 밝힌 ‘중소기업 적합업종보호특별법’은 중기 적합 업종의 법적 효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한 대기업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양 야당이 모두 ‘이익공유제’, ‘성과공유제 확대’ 등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정위의 권한 확대에 미온적인 건 공정위 자신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선 공정위의 결정에 권위가 없으니 ‘일단 걸고 보자’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사건 처리 절차가 엄격히 지켜지지 않거나, 조사 과정에서 기업들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등의 ‘주먹구구식 사건처리 관행’이 공정위의 결정에 불신을 불렀다는 논리다.

이런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가 들고 나온 것은 ‘법원 따라가기’와 ‘권한 내려놓기’다. 공정위의 판단을 최소화하고 법원 판례나 절차·규정에 철저히 따라 이견이 나올 여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사건처리 3.0’을 도입해 조사관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절차를 늘리고, 과징금을 위반금액별로 차등화해 전체 규모를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색한 상황에서 공정위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가 공정거래 감독수준을 후퇴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위가 절차적 정당성을 높이려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법정에서 지지 않기 위해 법원 판결에만 결정을 맞추는 게 올바른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법원의 편향적인 판단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여론을 이끌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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