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묻지마 수주’ 부실 키웠다…불황에 속수무책

입력 2016.05.12 (21:03) 수정 2016.05.1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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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석유나 가스를 탐사·시추하는 장비인 해양플랜트 건조는 고 부가가치 사업이었습니다.

2011년을 고비로 선박 발주량이 줄고 국제 유가가 치솟자 조선사들은 앞다퉈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중 해양 플랜트가 60%에 육박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저가 수주에 매달렸다는 건데요.

대우조선 감사위원회는 "원가나 계약조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저가로 수주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양플랜트 산업,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정윤섭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바다 위 정유공장'이라고 불린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수주액이 2조 5천억 원에 달했지만, 1조 원 가량은 핵심 설계를 맡은 해외 업체에 돌아갔습니다.

<녹취> 조선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해양플랜트의 톱사이드(선박 위 핵심 시설) 관련된 설계 기술은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의존합니다."

유전 형태와 시추 방법에 따라 기본 설계가 달라지는데, 우리 업체들은 경험 부족으로 설계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설계와 건조를 한꺼번에 수주하는 '턴키 방식'으로 뛰어들면서 부실을 키웠습니다.

특히 선주사들이 설계변경을 요구하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녹취> 조선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생산 설계가 바뀌든 다 바뀌게 되는 거죠. 장비도 새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공정 자체가 많이 늦어지는 거죠."

1조 원의 부실을 낳은 '송가 시추선' 사태도 선주사의 잦은 설계 변경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양종서(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 "실패와 손해를 통해서 얻은 교훈들, 계약의 검토라든지 기술의 발전이라든지, 기술 자산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시장을 대비해나가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해양플랜트 불황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선주사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줄이기 시작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선.

현재 40달러 선인 유가가 단기간에 7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 같지 않아서, 조선업계를 덮친 한파도 쉽게 가시지 않을 거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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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2 21:04:57
    • 수정2016-05-12 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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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석유나 가스를 탐사·시추하는 장비인 해양플랜트 건조는 고 부가가치 사업이었습니다.

2011년을 고비로 선박 발주량이 줄고 국제 유가가 치솟자 조선사들은 앞다퉈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중 해양 플랜트가 60%에 육박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저가 수주에 매달렸다는 건데요.

대우조선 감사위원회는 "원가나 계약조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저가로 수주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양플랜트 산업,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정윤섭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바다 위 정유공장'이라고 불린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수주액이 2조 5천억 원에 달했지만, 1조 원 가량은 핵심 설계를 맡은 해외 업체에 돌아갔습니다.

<녹취> 조선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해양플랜트의 톱사이드(선박 위 핵심 시설) 관련된 설계 기술은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의존합니다."

유전 형태와 시추 방법에 따라 기본 설계가 달라지는데, 우리 업체들은 경험 부족으로 설계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설계와 건조를 한꺼번에 수주하는 '턴키 방식'으로 뛰어들면서 부실을 키웠습니다.

특히 선주사들이 설계변경을 요구하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녹취> 조선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생산 설계가 바뀌든 다 바뀌게 되는 거죠. 장비도 새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공정 자체가 많이 늦어지는 거죠."

1조 원의 부실을 낳은 '송가 시추선' 사태도 선주사의 잦은 설계 변경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양종서(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 "실패와 손해를 통해서 얻은 교훈들, 계약의 검토라든지 기술의 발전이라든지, 기술 자산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시장을 대비해나가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해양플랜트 불황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선주사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줄이기 시작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선.

현재 40달러 선인 유가가 단기간에 7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 같지 않아서, 조선업계를 덮친 한파도 쉽게 가시지 않을 거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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