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소개한 공인중개사 "60%까지 책임"

2023-06-02 11:23:55 게재

선순위보증금 허위설명 책임 물어

보증금 회수가 어려운 주택인 이른바 '깡통전세'를 소개한 공인중개사가 피해액의 60%를 책임져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유사한 사건에서 공인중개사 책임이 30%까지 인정된 경우는 있지만 절반 이상 책임지게 하는 것은 흔치 않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민사11단독 정선오 부장판사는 임차인 A씨가 부동산중개인 B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전세보증금 중 회수하지 못한 1800만원을 청구했는데, 정 부장판사는 "B씨와 협회는 공동으로 108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2019년 7월 A씨는 공인중개사 B씨로부터 다가구주택(원룸)을 소개받고 전세금 3500만원을 건넸다.

B씨는 토지와 건물이 약 10억원이고, 보증금 합계가 토지가액 40%에도 미치지 않는 안전한 물건이라고 말했다. B씨가 건넨 건물등기부등본에는 근저당권 2억4000만원, 전세금 7000만원, 다른 세입자들의 임대차 보증금은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B씨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선순위 보증금 1억2000만원'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A씨가 계약한 다가구주택은 1년도 안돼 강제경매에 넘어갔다. 계약당시 공인중개사 설명과 달리 선순위 보증금은 1억2000만원이 아닌 4억4800만원에 달했다. 결국 A씨는 우선변제금에 해당하는 1700만원만 지급됐고, 1800만원은 허공에 날릴 처지였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B씨와 협회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를 대리한 공단측은 "B씨가 선순위 보증금 액수를 허위로 설명했고, 임대인이 정보제공을 거부한 사실을 고지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사기가 만연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의 부실중개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 부장판사는 유사 사건과 달리 B씨 등의 책임 범위를 60%로 정했다.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전세사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인과 그 협회에 대해 더욱 무거운 책임을 물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