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자기비하는 발전의 동력 될 수 없어”… ‘헬조선’ 현상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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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올해 키워드는 ‘자신감-공동체’

“위대한 大한국인 가슴에 새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정세균 국회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위대한 大한국인 가슴에 새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정세균 국회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밝힌 광복절 경축사의 키워드는 ‘자신감’과 ‘공동체’였다. 이른바 ‘헬조선’ 현상이 지나치게 퍼지면서 사회 분위기가 침체·분열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먼저 광복과 경제 발전을 위한 선조들의 희생과 노력,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설명한 뒤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자기 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 위대한 ‘대(大)한국인’임을 가슴에 깊이 새기자”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할 수 있다’(4회), ‘자신감’(4회), ‘자긍심’(1회) 등 긍정적 사고와 관련된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감’을 주문한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과도 관련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는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위해 당당하게 추진하는 일인데 일각에서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부풀리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우리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의 주역”이라며 “우리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라는 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 국정과제로 신산업 창출과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제시했다.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신산업 창출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어릴 때부터 가치관과 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재능을 찾아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4·13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뒤 동력이 약해진 노동개혁을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국가 생존의 과제”라며 다시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노동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기업주와 대기업 노동조합이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공동체 정신’을 발휘할 때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고 노동개혁의 물꼬를 트는 데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동체’라는 표현도 네 차례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 체제에서 임기 후반기를 맞으면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 배치와 노동개혁법안 처리 등 야당이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국민을 향해 직접 호소한 것은 국민의 단합을 이끌어내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하는 등 ‘건국’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 사용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8월 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옥사한 장소를 하얼빈(哈爾濱)이라고 말했다가 청와대가 뤼순(旅順)으로 정정한 것에 대해 “현 정부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겹쳐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
#박근혜#헬조선#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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