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배치 결정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다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한·미는 어제 “양국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사드 체계 배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확인했으며,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실상과 다르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사드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안보 우려도 여전하다. 그렇지 않아도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야기하고 동북아에 안보딜레마를 조장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결정이다.

사드의 가장 큰 문제는 과연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느냐 하는, 군사적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은 지금까지 총 11차례의 사드 발사 실험이 모두 성공해 3000㎞급 이하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기왕의 사드 실험이 표적 정보가 사전에 제공된 상황에서 이뤄진 데다 지상 발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항공기에서 투하한 미사일을 대상으로 한, 명백히 한계가 있는 실험이라는 사실을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은 이미 2013년 한반도의 경우 남북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별다른 군사적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더구나 48기에 불과한 사드의 요격미사일은 1000발이 넘는 북한의 미사일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한·미는 패트리엇 미사일 등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 체계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역시 요격 시간 부족 등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사드 배치 결정은 또한 동북아의 안보 환경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만든다. 당장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드 시스템은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도 불리한 것이라며 사드 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중·러가 사드 배치 직후 정부 공식 성명을 낸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두 나라는 사드 문제를 단순한 북핵 억지력이 아니라 자신들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의 전초기지로 판단하고 있다. 단순히 사드가 북한 외에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만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두 나라는 우리에게는 안보와 경제 어느 측면에서도 협력이 필수적인 핵심 전략적 동반자 관계국가들이다.

지역주민 안전 문제도 중대 사안이다. 한·미는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를 발생하는 사드 레이더를 높은 지형에 설치하고, 엄격한 안전거리 기준을 적용할 것이기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왜 미국에서는 사드를 민간인이 거주하지 않는 사막 지역에 배치했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어느 지역에 사드를 배치한다 해도 지역주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는 국제사회의 북핵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국제적 대북제재 공조 체제는 일정 부분 금이 갈 것이다. 특히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동북아 지역은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구조가 형성되면서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역내 군비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물론 한 국가의 안보 노력이 상대국의 안보 우려를 낳는 안보딜레마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한·미가 진정 북핵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첨단무기 증강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핵무장 동기 자체를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대화와 교류를 통한 평화 수호 노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다. 배치방침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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