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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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거리두기론 한계… 무너진 ‘방역 둑’, 새 패러다임 절실

신규확진 2223명 사상 최다

한 달째 4단계에도 효과 없어
“백신, 고령층 2차 완료 집중
추경 다시하더라도 보상 높여야”
정부는 “광복절 연휴 집에서”

11일 오후 9시까지 1833명 집계
이틀째 확진자 2000명대 될 듯

인구 10만명당 주간 발생률
서울 4.8 부산 3.6 경기 3.5
방역조치 어긴 종교시설 폐쇄
꺾이지 않는 4차 대유행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22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11일 경기도 성남시청 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에 확진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처음으로 2000명대를 넘어선 데다 백신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성남=이재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훌쩍 넘어 새 기록을 썼다. 방역 둑이 무너져 더 큰 유행으로 번지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우려가 커진다. 한 달째 이어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현 상태가 이어지면 의료체계 붕괴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에 방역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2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국내 코로나19 발생 후 가장 많은 수다. 종전 최다 기록은 지난달 28일의 1895명으로, 이보다도 328명이 더 많다.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등 강도 높은 조치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수도권 국내 발생 환자는 1405명에 이른다. 비수도권 확진자는 740명(34.5%)이다.

 

12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코로나19 확진자도 2000명대가 예상된다. 이날 오후 9시까지 1833명으로 잠정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국민들의 희생적인 협조와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게 되어 우려가 크다”며 “현재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4차 유행과 관련해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차질이 빚어진 것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11일 부산 부산진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현 거리두기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지금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확진자 규모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델타 변이의 감염력을 반영한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영업시간 제한 확대 등 지난해 해봤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료체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추경을 다시 논의하더라도 자영업자에 확실하게 보상 약속을 해야 이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는 방역 강화 결단도 내려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고통이 길어지고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델타 변이에 대응해 접종률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엄 교수는 “접종률 목표 70%는 기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것”이라며 “델타 변이 전파력을 고려하면 85% 이상 접종해야 환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고위험군 2차 접종 비율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독감처럼 ‘치명률’ 중심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백신 접종률이 50% 이상인 국가들에서 고려되는 방안이다. 우리는 백신 접종률이 10%대로, 자칫 재앙적인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현재는 선택지가 될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논의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현재의 조치로는 확산세를 차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우선 시민들의 ‘이동 자제’부터 호소했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14∼16일 연휴기간 ‘이동과 여행보다는 집에 머무르기’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11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관계자가 의자에 붙은 '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를 교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회·체육시설·학교·전통시장… 전국서 업무·일상 공간 집단감염

 

코로나19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업무·일상 공간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 동시다발적 확산세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3, 4단계의 고강도 거리두기에 이어 광복절 연휴(14∼16일) 동안 ‘집에서 머무르기’를 당부하는 등 방역 고삐 죄기에 나섰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1주간(8월 5∼11일)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027.7명, 경남권(부산·울산·경남) 265.1명,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170.3명, 경북권(대구·경북) 131.0명 등이었다.

 

시·도별 인구 10만명당 주간 발생률은 서울(4.8명), 부산(3.6명), 경기(3.5명), 대전·대구·경남(각 3.3명), 충남(3.2명), 울산(3.0명) 등에서 높은 편이다.

사업장과 다중이용시설, 일상 공간에서의 집단감염(17.5%)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서울에서는 서대문구 실내체육시설(누적 확진자 37명)과 구로구 대형마트( 〃 16명)가 새로운 집단감염원으로 떠오른 가운데 서초구 종교시설( 〃 40명), 동작구 시장( 〃 39명) 관련 추가 확진자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해당 교회가 지난 1일 대면예배 당시 제한인원(19명)을 넘어서는 51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설 폐쇄 및 집합금지 조치를 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경기지역에선 성남시 헬스장과 안산시 대안학교 등에서 새로운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성남 헬스장의 경우 지난 8일 종사자 1명이 처음 확진된 뒤 이용자 등 15명이 추가 확진됐다. 안산 대안학교에선 지난 7일 학생 가족 2명이 확진된 후 나흘간 학생과 교사, 가족 등 추가감염이 일어나 누적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었다.

 

부산에서는 수영구 시장과 동래구 교회 등서 새로운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수영구 전통시장에선 지난 6일 종사자 1명이 처음 확진된 뒤 인근 상인과 가족 등 총 14명이 확진됐다. 동래구 교회에선 지난 9일 교인 1명이 확진된 데 이어 함께 교회 내 소모임을 한 교인 7명과 가족 2명이 추가 확진됐다. 돌파감염이 발생한 부산 기장군 요양병원 관련 누적 확진자는 56명으로, 부산진구 서면 주점 관련 확진자는 95명으로 늘었다.


이진경, 박유빈, 이도형, 송민섭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