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후폭풍

일방 발표·주민 반발·강경진압…갈등 커지면 ‘종북몰이’ 물타기

최슬기·김정훈 기자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밀어붙이기…‘국민을 대하는 법’

경찰 ‘황 총리 차량 차단’ 주민들 불법행위 규정 수사

투쟁위 등 시민단체 “국가폭력은 놔두고 주민만 매도”

17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에서 주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제작하고 있다. 성주군청 벽면에는 ‘친환경 성주에 사드 배치 절대 안돼’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에서 주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제작하고 있다. 성주군청 벽면에는 ‘친환경 성주에 사드 배치 절대 안돼’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경북 성주군에서 발생한 ‘황교안 총리 억류사태’에 대해 수사전담반을 편성, 불법행위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계란과 물병을 던지거나 트랙터 등으로 총리 일행이 탄 차량을 막은 사람 등을 가려내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특수공무집행방해나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엄정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또 “외부세력이 당일 집회에 참석한 정황이 있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면서 외부개입을 사태의 원인인 것처럼 해석했다. 외부개입론이 불거지자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는 “지난 15일에는 설명회가 채 시작도 되기 전부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군민들의 분노가 들끓으면서 파장으로 치달았다”며 “(일부 언론에서 언급된) 외부세력은 확인할 수도 없으며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엄정 수사 방침은 이번 사태를 공안과 종북몰이 정국으로 몰아 비판 여론을 차단하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와 밀양 송전탑 건설처럼 정부가 일방 결정하고, 반발은 폭력으로 수사하고, 이어 종북몰이로 해결하는 사이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주군은 지난 11일 일부 언론을 통해 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로 처음 알려졌다. 성주군과 성주군의회는 이날 철회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틀 뒤인 13일 오후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했다. 성주 전역이 들끓었다.

15일 오전 11시5분쯤 주민 3000여명이 성주군청에 모였고,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방문했다. 황 총리 등은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일부가 날계란과 물병을 던지며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총리 일행이 탄 버스는 트랙터 등으로 막혀 6시간30분가량 발이 묶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들의 몸싸움으로 부상자가 나왔다. 이날 황 총리의 방문은 성난 성주지역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무작정 현지 방문에 나서 불붙은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측면도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경찰의 엄정 수사 방침과 관련해 “황 총리는 계란, 물병 세례도 각오하지 않고 내려갔단 말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사드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공안 조성을 통해 차단하려는 꼼수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성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주민 생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국가 폭력은 놔두고 주민들의 당연한 반발을 폭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도 성명을 내고 “성주군민들이 총리를 향해 던진 물병과 계란 세례는 주민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깊은 배신감과 상처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설명은 고사하고 몇 시간을 차량에서 스스로 고립을 택한 황 총리의 무능력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친여세력과 보수 언론들의 종북몰이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종북좌파가 성주에 집결해 괴담을 퍼뜨릴 것”이라며 “정부는 몇 번이나 좌파들에게 당해봤으면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부터는 서울에서 온 진리대한당·애국기독연대 등의 단체 회원들이 ‘사드 배치는 성주의 발전과 애국, 반대는 북핵 공격으로 한국 공산화 멸망’이란 현수막을 들고 성주군청 주변에서 사드 찬성 집회를 열고 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48)은 “보수 언론들이 벌써 외부세력 운운하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보상책을 내세워 주민 간 갈등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는 “오는 21일 2000여명이 상경해 국회나 광화문 등에서 항의집회를 여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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