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속 KT 주총, 박수·항의 뒤섞인채 45분만에 종료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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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KT 경영진 공백 속에 열린 31일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는 지난해 역대 최고실적에도 불구하고 혼란과 고성 속에 진행됐다.

당초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 등을 놓고 논란이 일면서 주총이 길어지거나 자칫 파행으로 갈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이들 사외이사 3인이 주총 전 동반사퇴 결정을 내리면서 이날 주총은 생각보다 빠른 45분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주주총회 내내 안건이 올라오고 통과될 때마다 박수와 고함, 일부 비속어 등이 뒤섞여 나오며 주총장은 혼란스러웠다.

주주총회 2분 전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과 임원 10여 명이 주총장에 들어오자 고성과 비속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위기 상황에 사과한 뒤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지배구조를 수립하고 정상 경영 상태가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KT전국민주동지회 소속 주주 3∼4명은 초반부터 피켓을 들고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면서 "양심 있으면 그만둬라. 이사들 모두 공범 아니냐"며 목청을 높였다.

박 사장은 이런 소동에 아랑곳없이 영업 보고 등을 이어갔지만, 방해가 계속되자 "보고를 마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의결사항 논의가 이뤄지자 장내 소란은 더 커졌다.

KT전국민주동지회 측은 기관투자자 및 주주들이 발언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원된 직원들 손 들고 무슨 얘기를 하려느냐"고 따졌다.

이를 두고 한 소액주주는 "너무 시끄러워서 보고사항을 듣지 못했다"면서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발언권을 얻은 뒤 발언할 수 있도록 의장님께 요청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의 김미영 위원장은 "완전 민영화가 된 KT를 두고 정치권에서 '감 내놔라 대추 내놔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권 카르텔을 걷어내는 데 낙하산이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을 운영하는 배모 씨도 구현모·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사퇴를 두고 "회사 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당당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비전문가인) 정치권 인사들이 KT 경영 참여를 미연에 방지하는 정관을 임시주총이나 앞으로 있을 주총에서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현재 상황이 이뤄지게 된 것에 대해 파악을 다 하지 못했다"면서 "추후 그런 상황이 됐을 때 회사 차원에서 알려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박 사장은 새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법인으로서 절차 준수를 위해 약 5개월을 예상한다"면서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KT는 향후 5개월 동안 임시 주주총회를 두 차례 열 계획이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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