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도 산업개혁도 여·야, 진보·보수가 함께 풀자

구조조정이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총선 이후 정부가 부실기업 정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자 과거 소극적이던 야권도 협력하겠다고 동의했다. 여소야대로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여야 간 협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구조조정에서 더 나아가 산업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조선·철강·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해 산업을 개편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자율적인 구조조정 역량이 미흡하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과 정부가 힘을 합쳐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은 바람직하다. 경제문제로 대립해왔던 정치권이 모처럼 박자를 맞추고 있다.

구조조정 원칙에 합의했더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풀어야 할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 정리해고이다. 수많은 노동자를 무작정 길거리로 내쫓을 수는 없다. 실업대책이 전제돼야 구조조정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고를 최소화하는 노력이다.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을 정상화한 뒤 우선 채용을 보장하고, 재교육과 재취업을 알선하는 등의 다각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실업대책에 앞서 사회안전망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금, 구직급여, 취업 재교육 등이 있다고 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노동자가 실직 후 받는 실업급여 등 소득은 직장에 다닐 때의 43%에 그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6%포인트나 낮은 최하위권이다. 실직자에게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과거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에서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는 기업이 도산하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거나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노동자에게 잘못이 있다면 무능한 경영자에게 고용된 것뿐이다. 어느 한쪽에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여러 주체가 분담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통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구조조정은 미룰수록 폐해만 키운다. 총선 등을 이유로 지연시킨 정부 책임이 크다. 부작용을 우려해 미적댔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지경에 처할 것이다.

여야와 정부가 원칙에 동의함으로써 구조조정은 지금 한국 사회의 공동 현안으로 떠올랐다. 야당이 먼저 구조조정에 따른 대책을 요구했지만 큰 방향에서 보면 정부·여당과 같은 길이다. 이제 그 길을 어떻게 갈 것인지의 문제를 남겨두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없다. 노조, 사용자,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노조도 외면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 요구할 것과 양보할 것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구조조정이라는 파고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다.

과거처럼 대립과 대결로 치닫는다면 해결은 요원하고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구조조정은 갈등 의제가 아니라 합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 여야는 물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은 정치의 몫이다. 협치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기대한다.


Today`s HOT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로드쇼 하는 모디 총리 시장에서 원단 파는 베트남 상인들 순국한 경찰 추모하는 촛불 집회
멕시코-미국 국경에서 관측된 오로라 개아련.. 웨스트민스터 도그쇼
이스라엘 건국 76주년 기념행사 세계 최대 진흙 벽돌 건물 보수 작업
브라질 홍수로 떠다니는 가스 실린더 우크라이나 공습에 일부 붕괴된 아파트 폴란드 대형 쇼핑몰 화재 러시아법 반대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