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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 호조’ 정부 발표에도­… 꽁꽁 얼어붙은 대기업 채용

입력 : 2021-09-06 06:00:00 수정 : 2021-09-06 02: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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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하반기 고용시장 조사
채용 없음 13%·계획 미정 55%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올 하반기에 아예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자 수와 실업률 등 정부가 발표한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청년 채용시장은 여전히 한파가 지속되는 형국이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1곳의 32.2%만 채용 계획을 세웠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54.5%), 한 명도 뽑지 않을 것(13.3%)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부정적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경기 악화’를 꼽은 기업이 32.4%로 가장 많았다. ‘고용경직성으로 인한 기존 인력 구조조정 어려움’(14.7%),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11.8%) 등이 뒤를 이었고, 기타(32.3%) 의견 중에서는 기업 내 수요가 부족하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반기 채용시장 흐름으로는 언택트 채용 도입 증가(24.3%)와 경력직 채용 강화(22.5%), 수시채용 비중 증가(20.3%) 등이 꼽혔다. 특히 수시채용의 경우 올해 대졸 신규채용에서 도입한 기업의 비중은 63.6%로, 지난해(52.5%) 대비 11.1%포인트 늘었다. 국내 5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중에서는 올해 삼성과 SK만 공채를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모두 수시채용으로만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수시채용의 비중이 커지면 기업 입장에선 인력 규모를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구직 준비가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용 일정과 평가항목, 직무내용 등을 미리 확인하고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채 ‘깜깜이’ 응시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나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제지표나 취업동향에서는 공공일자리가 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일자리 분야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청년 취업시장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일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난해에 비해서는 업황이 회복되면서 채용 여력이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자발적인 퇴직자 비율이 줄어서 신규 채용 여력이 크게 늘지 않은 데다, 기업들이 수시채용 등으로 경력자를 모집하면서 신입사원의 일자리가 빠르게 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 채용 ‘수시·경력’ 선호… 하반기 청년 취업 더 ‘암울’

 

이준호(31)씨는 5년째 취업 준비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웬만한 기업은 이력서를 냈으나 여전히 ‘취준생’이다. 취업 준비 초기에는 대기업을 지망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채용문만 두드리고 있다. 이씨는 “(올해도) 매일같이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 직장을 찾고 있지만, 뽑는 곳이 갈수록 줄고 있는 데다 수시채용을 선호해 취업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하반기 대기업 채용 문턱이 코로나19가 불붙었던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대기업 채용 방식이 대대적으로 인력을 끌어모으는 공개채용에서 인재를 필요에 따라 수혈하는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취직을 준비 중인 청년들의 취업 문은 더욱 좁아지게 됐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하반기 공개채용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가 참여하는 공채형태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하반기 공채는 이달 초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10월 필기시험, 11월 면접 등을 거쳐 신입사원을 연내에 최종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대기업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4일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공채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SK그룹은 하반기에 주요 관계사들이 참여하는 마지막 그룹 공채를 진행한다. 이달 말 모집공고를 내고 9월 이후 필기·면접시험이 진행된다. SK그룹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는 계열사별로 필요 인력을 수시 채용할 계획이다.

 

SK그룹처럼 상당수 대기업들은 정기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상황과 빠른 시대 변화 속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시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기업의 입장이다.

한경연 조사결과, 올해 대졸 신규채용에서 수시채용을 활용한 기업 비중은 63.6%로, 지난해(52.5%) 대비 11.1%포인트 증가했다. 이 중 수시채용만 진행한다는 기업이 24.0%였고,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한다는 기업이 39.6%였다.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6.4%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올해 하반기 연구개발과 제조, 정보기술 등 미래차 신기술 분야 인력을 주로 채용한다.

 

LG그룹은 지난해부터 정기채용을 없애고 연중 상시채용으로 전환했다. 현재 LG그룹 계열사들은 채용연계형 인턴십 등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전면 개편한 SKT는 이달 채용에 나선다. SKT는 기존 정기공채를 수시채용 방식의 ‘주니어 탤런트’와 통합해 실무형 인재 채용을 강화했다. 평가 방식도 기존 서류접수→필기→면접전형을 탈피했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채용변화에 정부는 공개 채용을 주문하고 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월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3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CHO)을 만나 수시보다는 공개채용으로 청년을 채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와 같은 채용 방식으로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청년 채용 시장이 회복할 수 없다고 보고 직접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안 장관의 요청이 채용 시장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4대 그룹에 속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채용의 근본적 목적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그때그때 필요한 분야에 즉각 투입할 인재를 뽑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경영 환경이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입사원 모집은 경영 전략 측면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세준, 남혜정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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