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총선 공약 ‘한국판 양적완화’에 선 긋는 한은

선명수 기자

이주열 총재 “선진국과 경제상황 달라 자본유출 위험 챙겨야”

강봉균 여당 선대위원장 ‘돈 찍어서 경기 부양’ 주문에 부정적

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3%에 다소 못 미칠 것” 처음으로 인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한국은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선진국과 경제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전날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한국판 양적완화(QE)’ 등 경기부양 요구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또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아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의 양적완화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은행이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사실상 떨떠름한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다만 “(양적완화 요구는) 한은이 구조조정이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주요 선진국 은행들이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한은도 완화 기조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지만, 우리의 경제상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들 선진국과 다르다”면서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인 이들과 달리 정책기조 완화에 따르는 자본유출 위험을 고려해야 하며, 지난 1~2월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할 때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덜하다고 해서 우리의 통화정책이 경제의 회복세를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은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증권을 직접 인수해 가계대출을 20년 장기분할 상환으로 전환하고, 산업은행 발행 채권을 인수해 이 자금으로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주문했다.

한국은행이 현재의 기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과감한 방식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공약은 존중하지만,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흔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최근 국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이 밝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3.0%로, 이 총재가 이에 미달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 따라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은 다음달 1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수정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올해 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가, 지난 1월 3.0%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정부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고수하고 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나 해외 투자은행들은 2%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들어서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소비심리도 조금 개선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유가가 반등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었고 외국인 증권 자금 유입 등으로 국내 금융 변수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질문에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경제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 대외수요 부진 등 기준금리의 효과를 제약하는 근본적 요인과 가계부채 문제 등이 상존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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