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반사이익 누리지 마" 전방위 압박

2023-06-02 11:07:54 게재

의회·업계·전문가, 대중 반도체 제재 공세

"의회 지한파 대상으로 한국 입장 설명해야"

미국이 반도체산업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백악관과 의회에 이어 민간전문가까지 나서 '대중 반도체 전쟁'에 동맹국으로 동참을 권유하는 한편 그 어떤 반사이익도 누릴 생각을 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로버트 앳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1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중국이 우리를 응징하는 상황을 한국기업들이 이용하면 한미간 신뢰를 무너뜨려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르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반도체 생산용 첨단장비의 대중국 수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루비오 의원은 서한에서 "기업들은 수출 규제를 약화하거나 우회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허가가 마이크론을 채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동맹국인 한국도 (한국기업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우리는 중국 조치로 야기되는 반도체시장의 왜곡에 대처하기 위해 G7 내부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무언의 압력을 이어갔다.

이같은 미국 의회와 업계의 잇따른 견제구는 우리 정부와 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지만 중국이 반도체산업 주요 생산기지이자 최대 수출시장인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10월 예정된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연장 여부와 반도체 보조금 지급요건 완화 등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고려사항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안, 우시 등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 40%와 낸드플래시 2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이 때문에 전략적 무대응 등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의 견제구가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업계의 로비가 배경이기 때문에 미 의회를 상대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의 정책은 의회 목소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미국 의회 지한파를 대상으로 우리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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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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