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도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은 커지고 있지만, ‘결국 정치가 사회를 바꾼다’는 인식은 견고한 편이다. ‘재미’를 통해 정치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지하려는 몸짓도 이어지고 있다.
풍자당은 2004년 풍자가 마르틴 조네보른(50·사진)이 38세에 창당했다. 당명은 ‘디 파르타이.’ 말 그대로 그냥 ‘당’이다. 역사가 12년이나 된 이 당의 당원은 2만명으로, 50여개 독일 정당 가운데 7위다.
풍자당의 지향점은 ‘재밌는 정치’다. 2014년 유럽의회 선거 당시 조네보른의 팸플릿 속 그의 얼굴에는 우스꽝스럽게 낙서가 돼 있다. 그는 결국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모든 안건에 한 번은 찬성표, 한 번은 반대표를 던진다. “아무런 힘도 없는 유럽의회를 풍자하기 위해서”다.
풍자당은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기조가 없다. 선거 때도 별다른 공약을 내걸지 않는다.
기자가 풍자당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서른 살 때부터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라르스 크라우제(42)가 나왔다. 그는 긴 머리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르고 붉은 넥타이를 헐렁하게 매고 있었다. 크라우제는 20대 때 녹색당에서 활동했지만 사회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녹색당이 유고슬라비아 파병에 동의하자 지지를 철회하고 풍자당을 선택했다. 2010년엔 코트부스 시장 선거에 출마해 13%를 득표했다. ‘별다른 공약도 없고 법안에 명확한 찬성이나 반대도 없는데 이것도 정치라 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크라우제는 “공약만 내걸고 반대로 움직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존 정당들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네거티브하지 않다. 즐겁게 정치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크라우제는 “다툼만 하면서 선거 때면 투표하라는 정치인들에 지친 사람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원들은 고등학생 이상 청년들이 대부분인데, 특히 고학력 저임금 청년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