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새판 자야 한다

(3) 부동산 띄우기에 ‘올인’…나라도 국민도 ‘빚’만 쌓였다

김준기 기자

단기부양책보다 체질 개선을

“소비심리를 살려내고 내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1월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집권 3년차 국정운영 구상 중 일부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건설업계조차 놀랄 정도로’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와 전셋값 폭등으로 귀결됐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 외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재정 조기 집행 등 경기부양책을 쏟아냈지만 후유증만 낳았을 뿐이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증 요법’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위한 경제 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작용만 키운 부동산 부양

박근혜 정부는 2013년에만 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주택구입자 양도세 한시 면제, 주택 취득세율 인하 등을 실행했다. 2014년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상향 조정 등의 금융 지원과 재건축 가능 연한 축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년 유예 등 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쏟아냈다. 지난해부터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됐고, 주택 신규 청약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정부의 조치는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려(DTI·LTV 완화) 재건축 아파트(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분양에 세금걱정 하지 말고(취득세 등 인하) 대거 청약에 뛰어들라(청약 요건 완화)’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결과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119만여건, 신규 아파트 분양도 52만여가구로 각각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부동산 활황은 경제전반의 활력 제고로 연결되지 못했다. 빚내기 쉬워지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지만 소득은 정체되면서 소비심리가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말 963조8000억원이던 가계부채(가계신용)는 지난해 말 1207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연간 기준 사상 최대인 121조7000억원이 불어났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은 ‘전세대란’도 초래했다. 경제가 위기라는 압박이 계속되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연 1.5%까지 내렸다. 부동산 부양책에 초저금리가 결합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돼 전세물량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급등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부양책이 분양에 성공한 일부 대형 건설사들과 다주택자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건설산업이 경기회복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임금과 처우를 받고 청년들이 취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부양책보다 경제 체질 개선 필요

4·13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 2월3일. 정부는 1분기 재정 조기집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1조원 더 늘리고 지난해 종료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하는 등의 ‘경기보강 방안’을 발표했다. ‘총선용’ 긴급 단기부양책인 셈이지만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올해 1분기(1∼3월)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에 그치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해 2분기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추경 편성과 재정조기집행 등 확장재정정책은 정부의 ‘단골 경기부양 카드’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역대 두번째 규모인 17조원대의 추경을 편성했고, 지난해에도 추경과 재정보강 등으로 21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경기 활성화를 선도하겠다며 한 해 예산의 상당부분을 연초에 당겨쓰는 재정조기집행도 매년 실시했다. 그러나 이런 ‘빚내서 부양하기’, ‘아랫돌 빼 윗돌괴기’식의 재정정책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2.6%로 전년(3.3%)에 비해 0.7%포인트가 떨어지며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막대한 재정을 경기부양에 투입하면서 국가채무는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590조5000억원으로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말(443조1000억원)에 비해 150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늘어난 국가채무 규모(57조3000억원)도 연간 기준 사상 최대다.

전문가들은 저유가와 중국 성장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떨어져 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문한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축소 등을 통한 고용안정으로 생산효율을 높이고, 대기업 세금감면 수단으로 전락한 기술개발(R&D) 세제혜택 제도를 개선해 선도기술 개발에 세금이 지원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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