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찬반을 왜 ‘애국 대 매국’으로 몰아가나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 여권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를 비이성적 논의로 이끌어가고 있다. 여권은 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예정돼 있는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위원회 김영호 간사 등 초선의원 6명의 중국 방문을 사대주의 행위로 몰아붙이고 있다. 어제는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야당 의원들의 방중을 분열주의 행동이라고 지칭하며 방중 계획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드 반대 의견과 중국 방문을 ‘애국 대 매국’이라는 이분법으로 포장하면 수세적 사드 국면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더민주 초선의원들은 중국 방문이 여권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야당 의원들만이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방문단을 구성하고, 방문 시기도 조정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문단이 중국으로 떠나기도 전부터 사대주의니 분열을 조장한다느니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공세다. 의원들은 중국 관계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분위기를 살피고 경제 보복 등에 대한 한국인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조야가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한 축인 야당 의원들의 방중 자체는 합당한 의정활동의 범위에 속하는 일이다. 사대주의니, 매국이니 하며 선악의 문제로 다룰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안보 이슈에 대해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고 정부와 사전에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들의 방중이 한국 내부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방중을 “안보 문제와 관련해 이웃 국가들의 눈치를 보는 행위”라는 막말까지 했다. 사드 반대론을 매국으로 몰아가기 위한 정치적 선동에 청와대까지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국익과 직결된 중대한 안보 현안이자,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야당 간 또는 더민주 내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만큼 사드는 시민들 사이에서 충분히 토론이 필요한 의제이다. 더구나 정부는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민과 정치권을 배제했고, 이후에도 오락가락 방침으로 시민의 불신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문제 제기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사드 반대론을 비애국적 행위로 단순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 방문 자체를 마치 적국과 내통이라도 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드 반대를 설득할 능력의 한계 때문일지 모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합리적 토론의 기회까지 그런 식으로 봉쇄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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