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총선 참패에도 ‘노동개악’ 강행하겠다니

여당의 총선 참패 직후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첫 공식발언은 흔들림 없는 ‘노동개혁’ 추진이었다. 박 대통령은 15일 한·노르웨이 정상회담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노동개혁은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노동개혁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4·13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만들어졌음에도 야당이 반대하는 노동개혁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고 한 것은 노동계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물론 대통령으로서는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규직 노조 이기주의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높다고 판단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정면돌파할 승부수를 노동개혁에서 찾으려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 전국경영자총연합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위한 ‘경영계 가이드북’을 발표했다.

하지만 쉬운 해고와 파견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동개혁은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 같은 인식은 재벌기업 등 일부 사용자집단을 제외하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오죽하면 노동개혁의 전도사를 자처해 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마저 선거 이틀 전 울산 지원유세에서 ‘우리 당이 더 이상 쉬운 해고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했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울산 지역 새누리당 후보는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노동 4법에 반대한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박근혜표 노동개혁은 유권자들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노동개악’으로 심판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민의를 배반하고 나 홀로 노동개악에 나선다면 스스로 ‘조기 레임덕’을 가속화할 뿐이다. 대통령은 재벌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노동개혁’을 고민해야 한다. 재벌개혁 없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공의 적’으로 내모는 노동개혁으로는 결코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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